45년만에 받는 아들의 대학졸업장

  • 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건국대 ‘6·3사태’서 숨진 이윤식 씨 모친에 수여키로

1964년 ‘6·3사태’로 불리는 ‘6·3한일회담반대운동’에서 아들 이윤식 씨(당시 19세)를 잃었던 어머니 이삼숙 씨(85)가 45년 만에 아들의 대학 졸업장을 품에 안게 됐다.

건국대는 “어버이날인 5월 8일 이 씨의 유족을 초대해 명예학위수여식을 열고 당시 지역사회개발초급대학 농업경영과 1학년생이었던 이윤식 씨의 명예졸업장을 전달키로 했다”고 5일 밝혔다. 건국대 측은 “이윤식 씨의 희생이 우리나라의 민주 헌정질서 확립에 기여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켜 건국대의 명예를 높였기에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윤식 씨는 1964년 6월 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서 ‘굴욕 한일회담 반대’ 시위에 참여해 시위대와 함께 군용트럭을 빼앗아 타고 이동하던 중 트럭에서 떨어졌다. 트럭 뒷바퀴에 치여 두개골과 늑골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그는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나흘 뒤인 6월 7일 끝내 숨지고 말았다. 이 씨는 올해 1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심의위원회로부터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어머니 이 씨는 “아들이 다쳤다는 소식에 야간열차를 타고 밤을 새워 전남 보성에서 서울로 왔지만 계엄령 때문에 여관에 발이 묶여 아들의 마지막 가는 길도 함께 하지 못했다”며 “머리에 붕대를 친친 감은 채 병실에 누워 있던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아들의 마지막”이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의 졸업장을 전달받는 8일은 어머니의 음력 생일이기도 하다. 특별한 생일 선물을 받게 된 이 씨는 “45년 만이지만 어엿하게 졸업장을 받게 돼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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