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의 아픈 과거 보여드리는 까닭은…”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市 ‘기지촌 동영상’ 제작… 미군기지 이전후 대책 촉구

“우리 동네는 양색시 넘치던 기지촌이었다!” 경기 동두천시가 과거 어두웠던 미군 기지촌의 역사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동영상을 제작해 이를 널리 알리고 있다.

과장해서라도 발전된 모습을 선전하기 바쁜 것이 민선시대 시군의 일반적인 분위기. 이 같은 상황에서 숨기고 싶어 할 만한 어두운 면을 보여 줘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말 만든 9분 10초짜리 동영상의 제목은 ‘비 갠 후에’(사진). 1951년 7월 미 24사단이 주둔하면서 시작된 기지촌의 애환을 당시 화면 위주로 담았다.

미군을 상대하는 접대부가 양색시로 불렸고 미군 상대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던 어린이들이 ‘꼬마 포주’로 불렸다는 역사 등이 소개돼 있다. 당시 미군을 상대하는 각종 업소가 번성하자 동두천시에서 ‘성병관리소’, ‘기지촌 대책본부’ 등 지금은 상상하기 힘든 기구를 만들었다는 내용도 나온다.

또 1992년 미군에게 무참히 살해된 ‘윤금이 사건’, 미군이 낸 불을 끄던 주민 7명이 숨진 사건 등 미군으로 인한 피해 내용도 담겨 있다.

동두천시는 이 동영상을 지난해 말부터 국회의원과 정부기관 등에 보내 “어두운 역사를 간직한 동두천시가 미군기지 이전을 계기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게 지원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미군기지 재배치 계획에 따라 동두천에 자리 잡고 있던 미군기지들이 평택으로 이전할 계획이지만 58년간 미군에 의존해 왔던 지역 경제를 살릴 정부 지원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세창 동두천시장은 “알리고 싶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동안 동두천 주민들이 느껴왔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알리기 위해 이 같은 영상물을 만들었다”며 “안보를 위해 희생해온 동두천에 대한 구체적 지원대책이 서둘러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두천=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