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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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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범죄와의 전쟁’ 때 칠성파 등 부산 4대 폭력조직을 일망타진했던 고 경감이 30년 만에 경찰복을 벗고 야인으로 돌아가는 것.
제주 출신인 고 경감이 조폭과 악연을 맺은 것은 1979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뒤 1981년 10월 부산경찰청 형사과 강력계로 배치되면서부터다. 1990년 5월 부산경찰청 형사과가 강력계와 폭력계로 나뉜 이후 폭력계로 자리를 옮겨 지금까지 한자리를 지켜 왔다.
그는 부산지역 조직폭력배가 모두 몇 명이며, 계보는 어떻게 되는지, 어디에 사는지까지 훤히 꿰뚫고 있다. 그가 파일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 부산지역 조직폭력배만 모두 290개 파, 2900여 명에 이른다. 부산경찰청 창고에 그가 보관해 온 조직폭력배 관련 서류만 한 트럭 분량이 넘을 정도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폭력이 조폭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2005년 전국에서 처음 시행된 ‘스쿨폴리스(배움터 지킴이)’ 제도를 제안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고 경감은 “그동안 일에 파묻혀 주위를 돌아보거나 생각할 여유가 없었으나 이젠 새로운 세계에서 보람된 일을 하고 싶다”며 “후임자들에게 일만 떠넘기는 것 같아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년 상담가로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부산 K대 야간대학에서 2년째 책과 씨름하고 있다.
후배 경찰들은 그와 함께 사건 현장을 지켜 온 부산경찰청 출입기자와 주변 동료들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인간 고행섭’을 만들어 29일 퇴임식에서 전달할 예정이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