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공서 꿈-사랑 키우는 파일럿 부부

  • 입력 2008년 11월 24일 03시 01분


국내 첫 민항기 부부 기장인 김현석 씨(오른쪽)와 아내 황연정 씨. 사진 제공 대한항공
국내 첫 민항기 부부 기장인 김현석 씨(오른쪽)와 아내 황연정 씨. 사진 제공 대한항공
국내 첫 민항기 기장 부부 김현석-황연정 씨

국내 첫 민항기 기장 부부가 탄생했다.

23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인 김현석(40) 씨와 아내 황연정(35) 씨는 각각 이달 13일과 17일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의 기장 자격심사를 통과해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격했다.

“기장으로 맞벌이를 하다 보면 힘든 일이 많겠지만 두 사람 모두 하늘을 나는 꿈이 컸던 만큼 오래도록 모범을 보이는 기장 부부로 남겠습니다.”

이 부부는 첫 민항기 기장 커플로 앞으로 배출될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겠다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황 씨는 “여성 기장이어서 남편 내조와 자녀 양육이 힘들지만 남편과 가족의 이해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부부는 항공과 무관한 전공으로 학부를 졸업한 뒤 우연한 기회에 기장의 꿈을 키웠다.

인하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한 김 씨는 대학 재학 중에 우연히 조종훈련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 경기대 생물학과를 졸업한 황 씨는 대학 4학년 때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인턴을 하다 기장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황 씨는 “대학생 인턴으로 국내선 비행기를 탔을 때 조종실에서 계기반을 조작하며 커다란 항공기를 공항에 착륙시키는 기장들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며 “기장에 도전한 뒤 힘든 일도 많았지만 꿈을 잃지 않고 끝까지 버텨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청혼할 때 아내에게 기장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성공해서 다행”이라며 “앞으로 두 사람 다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기만을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함께 소박한 꿈을 그린다. 김 씨는 “앞으로 거창하진 못하더라도 자가용 비행기를 빌려서 아이들을 태우고 가족 여행을 꼭 떠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부는 네살배기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다.

김 씨는 B737로 이달 25일 제주∼청주 노선에서, 황 씨는 A330으로 다음 달 3일 인천∼대만 타이베이 노선에서 기장 자격으로 첫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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