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버리고 요트 키 잡다…‘요트의 타이거 우즈’ 이언 윌리엄스

  • 입력 2008년 6월 13일 04시 12분


“항상 이렇게 덥나요.”

한국에 처음 왔다는 그가 물었다. “오늘 유달리 더운 것”이라고 얘기하자 그는 “경기 전에 지칠 것 같다”며 한국의 초여름 무더위에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그는 찌는 듯한 오후 내내 그늘 한 점 없는 전망대에 올라 레이스를 펼치는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을 망원경으로 분석했다.

세계 요트 랭킹 1위 이언 윌리엄스(31·영국).

‘요트의 PGA(미국프로골프)’로 불리는 ‘월드 매치 레이싱 투어’의 시즌 세 번째 대회인 코리아매치컵이 열린 경기 화성시 전곡항에서 만난 그는 이렇게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장 시설도 좋고 한국인들의 요트에 대한 관심에도 만족한다”며 웃었다.

그는 “경기장이 만(灣)에 있어 바람의 방향이 수시로 변한다. 우승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서른이 갓 넘은 나이에 세계 정상에 오른 그는 9세에 요트를 시작해 벌써 경력이 22년이나 된다.

긴 세월만큼 시련도 있었다. 그는 1994년부터 세계청소년대회를 2연패했지만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선 탈락했다. 고민하던 그는 변호사가 됐다. 하지만 요트를 버릴 수는 없었다. 변호사와 선수 생활을 병행하던 그는 아예 2005년부터 변호사 일을 접고 요트에 전념한 뒤 결국 지난해 정상에 섰다.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되잖아요. 변호사 일도 보람 있지만 요트 선수로 정상에 서는 꿈을 버릴 수는 없었지요.” 그는 이젠 금전적으로도 변호사로 일할 때보다 풍족해졌다면서 웃었다.

윌리엄스는 ‘얼짱 요트 선수’로도 불린다. 여성 팬이 많다는 게 대회 관계자의 귀띔. 그러나 그는 이미 약혼녀가 있고 내년에 결혼할 예정이다.

그에게 요트의 매력을 물었다. “바람과 파도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지요. 그런 급격하고 복잡한 변화와 승부하는 것이 요트의 매력 아닐까요.”

그에게 노후 계획을 묻자 “2년 단위로 인생 계획을 짜기 때문에 먼 훗날의 일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는 바다도, 인생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려운 일이지만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화성=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황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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