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유누스 “대물림된 빈곤 끊으려면 여성 경제참여 더 늘려야”

  • 입력 2007년 9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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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성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10일 이화여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세계여성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가 10일 이화여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지난 25년간 방글라데시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빈곤 개선 속도가 빨라진 것은 극빈층 여성들이 경제활동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한 덕분입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무하마드 유누스(67) 그라민은행 총재는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물림되는 빈곤 퇴치를 위해 여성의 경제활동과 여권 신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6년 설립된 그라민은행은 금융 소외계층인 빈곤층 여성에게 무담보로 소액의 자본을 대출하고 자영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이들은 빌린 돈으로 직접 가축을 사서 기르는 등 사업을 시작해 종전보다 6배가 넘는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이 은행의 대출자 중 97%가 여성이다.

유누스 총재는 “돈이 생겼을 때 여성은 아이들과 가정을 위해 쓰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며 “기존 은행권이 하듯 남성들만 상대로 서비스를 했다면 이 같은 성과는 거두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 경제활동 참여와 여권 신장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됐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발표됐다”며 “방글라데시는 여성 파워에 힘입어 지난해 6.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평균수명은 25년 전보다 10년 늘어난 65세를 기록했고 유아 사망률과 인간개발지수 등에서도 큰 개선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

그러나 그는 처음 여성들에게서 돈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사업을 하도록 설득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은행 직원들이 여성들에게 자영업을 시작할 것을 권유하자 이들은 “돈이나 사업에 대해 잘 모른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는 것.

유누스 총재는 “여성들이 갖는 두려움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사업가의 잠재력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 금융 시스템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교육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지원과 설득이 계속되면서 여성들이 뛰어난 사업가로 바뀌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세계여성포럼 공동조직위원장인 그는 12일부터 3일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세계여성포럼에 참석해 ‘여성 사업가를 위한 소액대출제도’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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