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7대 종교 지도자들이 2일 이틀 일정으로 대구 경북 지역의 성지 순례에 함께 나섰다. 신도와 성직자들이 이 같은 행사를 한 적은 있으나 종교 지도자들이 함께 성지 순례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종지협·공동대표의장 지관 스님) 소속 7대 종교 대표자들은 이날 첫 합동 순례지인 대구 계산성당을 방문해 성당 앞마당에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심었다. 사적 290호인 계산성당은 1899년 건축된 목조 십자형 성당이 1900년 불에 탄 뒤 1919년에 현재 모습을 갖추었다. 19세기 말 천주교 박해 직후의 전도, 일제강점기 국채보상운동 등의 역사가 담긴 가톨릭 성지다.
또 종교 지도자들은 원불교 5대 성지 중 하나인 경북 성주 성지를 찾았다. 원불교 초대 소태산 대종사의 법통을 이어받은 정산 종사가 태어나 구도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이어 불교 성지로 경북 청도 운문사도 방문했다. 비구니 사찰인 이곳에선 260여 명의 비구니 스님이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청규를 실천하고 있다. 개신교는 사찰에서 절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한창영 한기총 공동회장은 대웅전에서 절을 하지 않았다.
종교 지도자들은 3일 경북 경주 용담정(천도교), 경주 향교(성균관), 영천 자천교회(기독교) 등을 순례할 예정이다. 이날 김희중 주교는 “우리나라처럼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 간 큰 갈등 없이 협력하는 곳도 없다”며 “이번 성지 순례가 화합과 일치, 사회와 나라를 위한 공동선을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종교 지도자들은 4월 서울 북한산 진관사에 모여 사찰 음식을 공양하는 행사를 한 바 있다.
대구=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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