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회 헌혈왕 광주 손홍식씨“한달에 2번…봉사치곤 쉽죠”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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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헌혈왕’ 손홍식 씨가 16일 광주 동구 충장로 헌혈의 집에서 500번째 헌혈을 하고 있다. 1984년 첫 헌혈을 한 이후 손 씨는 23년 동안 한 달에 평균 두 번꼴로 ‘사랑나눔’을 실천했다. 정승호 기자
아낌없이 주는 ‘헌혈왕’ 손홍식 씨가 16일 광주 동구 충장로 헌혈의 집에서 500번째 헌혈을 하고 있다. 1984년 첫 헌혈을 한 이후 손 씨는 23년 동안 한 달에 평균 두 번꼴로 ‘사랑나눔’을 실천했다. 정승호 기자
16일 오전 광주 동구 충장로 헌혈의 집.

흰색 반팔 와이셔츠를 입은 손홍식(57·광주 북구 용봉동) 씨가 침대에 누워 오른팔을 헌혈대 위에 올려놓았다.

손 씨는 혈압을 재는 간호사에게 “아프지 않게 살살해 주세요” 하며 환하게 웃었다.

손 씨의 헌혈은 이번이 꼭 500번째다.

대한적십자사 공식 집계로는 496번이지만 병원에서 백혈병 환자에게 혈소판을 제공하는 등 개인적인 헌혈 4번을 합쳐 500회라는 국내 최고 기록을 세웠다.

1984년 5월에 시작해 손 씨가 23년 동안 헌혈한 양은 약 25만 cc. 60kg 몸무게의 성인 50여 명의 몸속 혈액 총량과 맞먹는다.

손 씨의 헌혈 횟수는 연평균 24차례로 한 달에 2번꼴이다. 평생 한두 차례 할까 말까 하는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는 2001년 3월 국내 최다 헌혈자로 선정돼 한국기네스북에 올랐고 1998년에는 ‘좋은 한국인 대상’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헌혈은 건강한 사람의 권리입니다. 몸이 좋지 않은 사람은 피를 나누고 싶어도 할 수가 없잖아요.”

그의 ‘생명나눔’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2년 전 통계청 전남통계사무소 보성출장소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공무원 연수 교육이나 외국 여행 때도 빠지지 않고 병원을 찾아 헌혈을 했다.

그는 피만 나눈 게 아니다. 2002년 간 일부를 떼어내 생면부지의 간암 환자에게 주었고 1994년에는 왼쪽 신장을 신부전증 환자에게 기증했다.

기증 받은 사람들이 건강을 되찾은 모습에 감명을 받은 그는 사후 장기는 물론 시신과 뼈, 피부, 각막까지 모두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손 씨는 “헌혈은 법적으로 가능한 65세까지 계속할 생각입니다. 우리 몸의 혈액 중에 10%는 사용되지 않고 항상 대기 상태에 있기 때문에 헌혈을 해도 일상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헌혈은 건강한 몸으로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봉사”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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