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염원 실은 ‘휠체어 말아톤’ 유럽이 놀랐다

  • 입력 200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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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 휠체어를 입으로 조종해 유럽을 종단 중인 중증 장애인 최창현 씨. 2일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광장에 도착해 격려해 주는 한 외국인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전동 휠체어를 입으로 조종해 유럽을 종단 중인 중증 장애인 최창현 씨. 2일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광장에 도착해 격려해 주는 한 외국인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센 강변 도로를 따라 오던 태극기가 에펠탑에 가까워지면서 선명해졌다.

오락가락하던 비가 그치고 햇빛이 간간이 비치던 2일 오후. 유럽 대륙을 종단 중인 선천성 뇌성마비 1급 장애인 최창현(41) 씨가 태극기와 프랑스 국기를 매단 휠체어를 몰고 에펠탑 광장에 도착했다. 빗속에 힘들게 도착했지만 최 씨의 표정은 밝았다. 두 국기 사이에는 ‘한반도 통일을 위하여’라는 글이 새겨진 깃발이 나부꼈다.

“저 같은 중증 장애인도 통일을 위해 애쓴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최 씨는 입으로 조종간을 물어 전동 휠체어를 움직인다. 지난해 5월 10일 그리스에서 출발해 시속 15km도 안 되는 느린 속도로 움직이지만 프랑스가 벌써 21번째 방문 국가다.

긴 여정 동안 가슴 북받치는 순간도 많았다. 최 씨는 “프랑스에선 성탄 전야에 거리에서 만난 노부부의 집에서 묵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 부부는 “당신이 우리 집에 와 주면 큰 영광이 될 것”이라는 말로 최 씨를 초대했다고 한다. 폴란드에선 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최 씨의 발에 입맞춤을 했고 어느 국경에선 한 노동자가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를 꺼내 최 씨에게 건넸다.

이날 에펠탑 광장에서도 많은 관광객이 관심을 보였다. 그리스에서 온 나폴레온 베파다이키스 씨는 최 씨와 사진을 찍은 뒤 “놀랍고 감동적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파리에서 며칠 머문 뒤 스페인을 거쳐 북아프리카로 건너갔다가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독일 베를린 장벽에서 장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동행 중인 자원봉사자 최재혁(22), 이선영(24) 씨와 함께 곧잘 앉은 채 자야 하는 강행군인 데다 경제적으로도 여의치 않지만 그는 “더 많은 세계인에게 통일의 염원을 보여 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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