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왕, 거지없는 하늘로 떠나다…김춘삼 씨 별세

  • 입력 2006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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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드라마 ‘왕초’(1999년)의 실제 주인공인 ‘거지왕’ 김춘삼(사진) 씨가 26일 오전 5시 40분경 별세했다. 향년 78세.

김 씨는 올해 8월 만성 폐질환으로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오다 이달 17일 서울보훈병원으로 옮겨진 뒤 내과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신세를 져 왔다.

1928년 평남 덕천에서 출생한 김 씨는 김두한, 이정재 등과 함께 이름을 날렸던 한국의 ‘주먹 1세대’ 중 한 명이다.

고인은 8세 때 대전으로 개가한 어머니를 찾아 나섰다가 사냥꾼들에게 붙잡혀 짐승을 유혹하는 ‘미끼 노릇’을 시작하면서 ‘거지세계’에 들어섰다.

20대에 전국의 거지를 통솔하는 ‘거지왕’이 된 뒤 거지구제사업에 앞장서면서 전설적인 인물이 됐다.

1950년대에는 전쟁고아를 수용하는 ‘합심원’을 전국 10여 곳에 세웠고, ‘대한자활개척단’ 등을 운영하며 거지들의 자활 터전을 마련했다. 거지와 성매매 여성의 합동결혼식을 주관해 수천 쌍에게 부부의 연을 맺어 주기도 했다.

1994년부터 공해추방국민운동중앙본부를 설립해 총재를 맡아 오던 김 씨는 2001년부터 건강이 나빠져 활동을 접었으며, 이후 아내 남윤자(63) 씨와 서울 마포구 다세대주택에서 살며 기초생활수급자 보조금과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지원금으로 생계를 이어 왔다.

유족은 부인 남 씨와 큰아들 김흥식 필리핀 칼로스엠에이대 교수를 포함해 2남 2녀와 양자 7명이 있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성당 영안실. 발인은 30일 오전 6시 02-545-4157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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