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2명 입양-7년째 의료봉사 美치과의사 다이어씨

  • 입력 2006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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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장애인 치과 전문의인 미국인 제이 다이어 씨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부인 김갑수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능숙한 손놀림으로 중증장애인을 치료하고 있다. 고양=이동영  기자
소아장애인 치과 전문의인 미국인 제이 다이어 씨가 15일 오후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부인 김갑수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능숙한 손놀림으로 중증장애인을 치료하고 있다. 고양=이동영 기자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주 윌링 시에서 치과의사로 일하는 제이 다이어(63) 씨는 올해도 치료도구와 장애인용 칫솔, 치약이 든 보따리를 챙겨 들고 경기 고양시 홀트일산복지타운을 찾아왔다.

9일 한국인 부인 김갑수(53) 씨와 열흘 일정으로 입국한 그의 한국행은 올해로 7년째. 홀트타운에는 갓 태어난 아이부터 40대까지 250여 명의 중증 장애인이 모여 산다.

15일 오후 홀트타운 내 치료실에서 만난 그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겁이 나 소리부터 지르는 장애인들을 치료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괜찮아.” “안 아파.”

서툰 한국말로 환자를 살살 달래 가며 입을 벌리게 한 다이어 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치료를 진행했다. 34년간 어린이와 장애인만을 치료한 경험이 아니면 하기 힘들어 보였다. 치석을 제거하고 불소를 입혀 주는 치료를 하는 데만 꼬박 한 시간이 걸렸다.

“마음으로 다가서면 어느 나라 장애인이라도 치료할 수 있어요. 몸은 좀 힘들지만 어린이와 장애인을 치료할 때 내 마음이 가장 기쁘기 때문에 매년 홀트타운을 찾습니다.”

다이어 씨의 한국과의 인연은 1970년 미8군 의무장교로 1년간 파주시 자유의 다리에서 근무하면서 시작됐다.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며 미래를 꿈꾸는 한국인의 모습에 반해 ‘한국인과 함께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그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 친딸을 두었음에도 한국인 고아를 자식으로 맞아들였다.

1980년 갓 태어난 남자 아이 조엘(한국명 안여철)을, 1983년에는 여자 아이 조이를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입양했다. 미국에서도 병명이 확인되지 않은 희귀 질환을 앓던 조엘이 성장을 멈추자 다이어 씨는 존스홉킨스 병원 등 미국 내 유명 병원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위해 노력했다. 조이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친 뒤 현재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다이어 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엘은 아홉 살 때 세상을 떠났고 2001년에는 아내와도 사별했다. 그러나 다이어 씨는 홀트타운에서 근무하던 지금의 아내 김갑수 씨를 만나 2002년 홀트타운 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새로운 행복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치과학회 등 미국 내 저명한 3개 치과학회 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다이어 씨는 “올 때마다 장애인을 보살피는 봉사자들에게 칫솔질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고 강조한 덕분인지 장애인들의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는 게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7년째 한국의 장애인을 돌보는 그이지만 정작 그는 “조엘과 조이 두 아이가 준 기쁨 때문에 한국에 늘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이 발전한 만큼 한국인이 입양을 더 긍정적으로 보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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