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날’에 기부하세요

  • 입력 2006년 4월 21일 17시 31분


'6월 18일 마이 러브 ○○○씨 생일. 태어나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월 26일 우리 △△이가 처음 세상을 만난 날'

'4월 11일 남자친구 생긴 날. 오래갈 수 있길♡'

'4월 5일 세례 받은 날'

'6월 13일 우리 아가 태어난 날. 세상에게 꼭 필요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화창한 날씨의 21일 오후 청계천 부근 영풍문고 종로점. 청계천으로 통하는 출입문 앞에 설치된 게시판에는 이처럼 아름다운 사연들로 넘쳐났다.

누구에게나 소중하기 마련인 '내 생애 최고의 날'과 기부를 접목시킨 이색 자선행사(주최 굿네이버스, 후원 동아일보 영풍문고)에 참여한 사람들이 남겨놓은 글이다.

굿네이버스의 임은진(林恩振·25) 간사는 "가령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난 날짜가 12월 25일이라면 1225원 또는 여기에 10원을 곱한 1만2250원을 매달 기부하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모아진 정성은 국내 결식아동, 피학대아동, 해외 빈곤아동, 북한 아동 등에게 지원된다"고 말했다.

100일 휴가를 나온 군인은 애인을 만난 기쁨에 겨운 나머지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즉석에서 기부서약을 했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데리고 나온 한 아버지는 아들 생일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달 기부하겠다고 밝히면서 "내 아들이 말을 하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이라고 글을 남겨 주변 사람들을 숙연케 했다.

재수 끝에 올 봄 대학에 입학한 김승혜 씨(20·여·춘천교육대 과학교육 1년)는 입학일인 3월 2일을 최고의 날로 적으며 "봉사는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조리 있게 답변했다.

기부서명과 동시에 진행된 '동전 붙이기' 코너도 성황을 이뤘다.

"100원이면 방글라데시에서는 한 끼 식사를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북한에서는 달걀을 무려 20개나 살 수 있다"는 설명에 지나가던 시민들은 "정말 그래요?"라고 되물으며 1000원짜리 지폐와 500원짜리 동전을 아끼지 않고 하트 모양의 보드판에 붙였다.

영풍문고는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이날 기증서약을 한 고객 수만큼의 아동도서를 굿네이버스에 기증키로 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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