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곡동서 무료급식-의료봉사 전영숙씨 장례식

  • 입력 2005년 9월 21일 03시 10분


“당신께서 보여 주신 삶처럼 이웃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19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서울위생병원 장례식장.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성북구 월곡동의 ‘천사 아주머니’ 전영숙(田英淑·50·여·사진) 씨를 기리는 영결식이 가족 친지 및 월곡동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전 씨는 2001년 남편인 삼육의명대 건축설계과 홍순명(洪淳明·52) 교수가 사회봉사단 학생들과 시작한 집수리 봉사활동에 따라나서면서 월곡동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봉사단원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도배 및 장판수리를 맡았던 그는 2003년 월곡청소년센터 한쪽에 월곡봉사센터를 차리고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나섰다.

전 씨는 매주 금요일 100여 명의 주민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대접하고 삼육의명대 의대 교수 10여 명과 이 대학 미용실의 협조를 받아 한 달에 한 번씩 의료봉사, 미용봉사에 앞장섰다.

그에게 병마가 찾아온 것은 달동네 주민들과 흥겨운 크리스마스 밤을 보내던 지난해 12월. 혈뇨가 나와 병원을 찾은 그는 급성신장암 진단을 받고 올 1월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17일 숨을 거뒀다.

전 씨는 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매다 6일 만에 깨어났을 때 “빨리 일어나서 다시 봉사활동에 나서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교수는 “아내가 지난해부터 평소보다 피곤해도 ‘봉사활동 때문에 피곤한 것은 오히려 기쁨’이라며 봉사 활동에만 매진했다”며 “아내가 마련해 놓고 떠난 월곡봉사센터를 아내가 살아있을 때처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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