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실패 사연공모 1등 ‘구직 오뚝이’ 하만재씨

  • 입력 2005년 4월 26일 03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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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본 면접만 100번이 넘는다. 2년 전 취업 준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면접을 많이 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전문대를 졸업한 뒤 부산외국어대 일본어과에 편입해 지난해 8월 졸업한 하만재(河萬宰·30·사진) 씨.

그의 이력서에는 부산아시아경기대회와 세계장애인엑스포 일본어 통역 봉사활동, 1년간 일본에서 신문배달을 하면서 닦은 일본어 현지연수 등 다양한 경력이 포함돼 있다. 대학 학점도 4.5 만점에 4점이 넘고 일본어능력시험 1급 자격증도 갖고 있다.

하지만 하 씨는 아직도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이력서를 제출한 것까지 포함하면 200번 이상이나 떨어졌다.

최근 채용 전문업체 인크루트가 주최한 제1회 실업사연 공모전에서 1등상을 받은 그의 ‘취업 실패기’에는 ‘도전하면 안 될 일이 없다’며 패기에 찼던 한 젊은이가 거듭되는 구직 실패 속에서 겪어야 했던 고통과 좌절의 심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억울하고 분한 생각조차 들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은 멍해지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습니다.”

계속 고배를 마시는 과정에서 겪은 좌절과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학연과 지연의 심각성, 각종 편견도 알게 됐다고 한다.

“어떤 회사는 직원의 70% 이상이 사장과 같은 대학 출신이더군요. 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중견기업에 후배와 같이 면접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그 후배는 면접 도중 아버지가 안 계시다는 이유로 면접을 거부당했습니다.”

지친 몸을 추스르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해 2월 취업 비자를 받아 호주로 떠났다. 1년간 사무실, 아파트 청소, 백화점 물품 정리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호주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점차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런 일도 견딘 만큼 한국에 가서 다시 도전해야겠다는 용기를 갖게 됐죠.”

그는 현재 게임 관련 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입사 지원서를 내고 있다.

“갈수록 직장 잡기가 어려워지니 솔직히 과거보다 의욕과 자신감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미래에 대한 초조함이 저를 더 불안하게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머지않아 내 가치를 알아 줄 회사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는 꼭 올 거라고 믿어요.”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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