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 후원인 비원(秘苑)을 찾은 미국의 유명 식물원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식물원’의 마크 웜스 원장(48)은 연방 찬탄을 금치 못했다.
“한국의 정원은 화려함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구조와 배치가 완벽합니다. 동양의 음양사상이 담긴 철학적 깊이가 정원이라는 현실에서 구현됐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습니다.”
웜스 원장이 비원을 찾은 이유는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식물원에 대규모 한국식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정원 조성은 이르면 2006년 완료될 예정. 이 사업을 함께 추진 중인 미국 교포사회 학술모임인 한국정원학회의 초청으로 25일 한국을 방문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식물원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북동쪽으로 15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으며 총면적은 약 15만5400평. 한 해 관람객만 80만∼100만 명에 이르는 유명 식물원이다.
이곳에 한국식 정원을 만들기로 한 데에는 한국정원학회의 힘이 컸다. 회원들이 2002년 미국의 한 가든쇼에서 소개한 한국식 정원이 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곳과 접촉한 끝에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식물원에 정원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전 한국정원학회장인 김영덕(金榮德) 서강대 명예교수는 “한국식 정원의 조성은 재미교포들의 자긍심을 세워주고 미국에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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