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탈출 이원섭씨 가족들 “해마다 제사 지냈는데…”

  • 입력 2004년 10월 4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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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당시 포로가 된 뒤 53년 만에 탈북한 이원섭씨의 형 용섭씨가 부인과 함께 원섭씨의 중학교 때 사진을 바라보며 함께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구=연합
6·25전쟁 당시 포로가 된 뒤 53년 만에 탈북한 이원섭씨의 형 용섭씨가 부인과 함께 원섭씨의 중학교 때 사진을 바라보며 함께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구=연합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우가 살아 돌아온다니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6·25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인민군에게 붙잡혀 북으로 끌려간 국군포로 이원섭씨(72)가 8월 북한을 탈출해 조만간 중국을 거쳐 귀향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씨의 형 이용섭(李龍燮·81·대구 달서구 월성동·사진)씨는 4일 “동생을 만날 순간을 기다리며 밤마다 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6·25전쟁이 난 다음해인 1951년 어머니와 아내, 여동생과 함께 아우인 원섭씨를 데리고 대구 달성군 가창면으로 피란을 갔다가 그해 9월 동생이 학도병으로 징집돼 헤어지게 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중학교에 다니던 동생이 또래 나이의 학생 2명과 함께 학도병으로 징집돼 가면서 ‘아무 걱정 마시고 몸 건강하시라’고 하더군요. 살아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소식이 없어 죽은 줄 알고 해마다 제사를 지내 왔습니다.”

이씨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마련된 동생의 가묘를 찾아 제사를 지내오다 수년 전부터는 고향 근처의 한 사찰에 동생의 사진과 위패를 모셔놓고 매년 음력 9월 9일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부인 표후생(表後生·78)씨는 “시동생이 고향에 도착하는 날 푸짐한 음식상을 차려 놓고 동네사람들과 잔치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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