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중학교 3년 전원 “우리 일본가요”

  • 입력 2004년 5월 31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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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중 3학년들이 일본 여행을 앞두고 교정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줄 맨왼쪽이 오수현 교장.-영천=이권효기자
화산중 3학년들이 일본 여행을 앞두고 교정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줄 맨왼쪽이 오수현 교장.-영천=이권효기자
“수학여행 가기도 어려운데 일본을 견학하게 될 줄이야….”

경북 영천시 화산면 유성리 화산중교 3학년 17명 전원은 3일 일본 오이타(大分)현 히타(日田)시 마에쓰에(前津江) 중학교를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한다.

교직원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고 주위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경비를 마련했다. 학생들은 여권 및 비자발급 비용으로 동전 3만원씩을 모았다.

몇 년 사이 학생 수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의기소침하던 이 학교는 일본 여행 계획이 생기면서 지난해부터 학교 분위기가 확 살아났다.

2001년 9월 화산중으로 온 오수현(吳秀賢·55) 교장은 부임 후 줄곧 작은 농촌학교의 장점을 살리고 신나는 학교로 만들 수 없을까를 고민해 왔다.

“2002년 5월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마에쓰에 중학교가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농촌학교인 데다 학생 수(50명)와 역사(50년)가 비슷해 자매결연을 했지요. 이후 일본 학생들은 두 번이나 다녀갔어요.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일본에 가고 싶었겠습니까.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3학년 전원이 일본 여행을 하는 데 필요한 경비는 700만원가량. 학교 예산으로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뿐이어서 나머지는 교직원들이 십시일반 보탰다. 또 화산면 장학회와 약국을 운영하는 주민 등도 도움을 줬다.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습니다. 신입생은 일본 여행을 꿈꾸며 1년을 하루처럼 신나게 생활하게 됐을 정도니까요.”

오 교장은 최근 농촌교육에 힘쓴 공로로 받은 상금 100만원을 전액 경비로 내놨다.

학생회장 신재현(申載現·16)군은 “요즘 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설렌다”며 “도시 학생들이 부러웠지만 요즘은 달라졌다”고 좋아했다. 학부모들은 며칠 전 학교의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조금씩 돈을 모아 운동장에 축구 골대를 세웠으며, 동창회는 내년부터 3학년의 일본 여행을 책임지기로 했다.

영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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