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박찬숙 농구공대신 마이크…올스타전 애국가 열창

  • 입력 2004년 3월 5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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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여자농구 최고의 스타 박찬숙씨가 5일 2004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그는 자신을 여자농구 3대 음치 중 한명이라고 했지만 막상 들어본 노래 솜씨는 수준급.  -뉴시스
80년대 여자농구 최고의 스타 박찬숙씨가 5일 2004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개막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다. 그는 자신을 여자농구 3대 음치 중 한명이라고 했지만 막상 들어본 노래 솜씨는 수준급. -뉴시스
80년대 아시아 최고의 센터로 이름을 날린 박찬숙씨(45)가 농구공 대신 마이크를 잡고 모처럼 코트에 나섰다.

박씨는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04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에 앞서 애국가를 불렀다. 검은색 정장 차림에 커트머리를 한 그는 풍부한 성량으로 후배 선수들과 관중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올해는 1984년 LA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농구가 값진 은메달을 따낸 지 20년이 되는 해. 박씨는 이날 은메달의 주역으로 ‘별들의 잔치’에 초대받은 것. 자신이 한국여자농구 3대 음치 가운데 한 명이라 망설였다는 그는 “뜻 깊은 자리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응했다”면서 “실수라도 할까봐 떨렸는데 운전하면서 노래 연습 한 덕을 봤다”고 털어놓았다.

박씨는 20년 전 LA올림픽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고.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준결승에서 정하이샤 같은 2m대의 장신 선수들이 버틴 중공(중국)을 꺾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들뜬 목소리로 당시 기억을 떠올린 박씨는 “바로 엊그제 일 같은데 벌써 강산이 두 번 변할 세월이 흘렀다”고 말했다. LA올림픽 이듬해인 85년 은퇴한 후 결혼한 박씨는 88년부터 4년 동안 대만에서 선수로 뛰었고 여자 실업팀 태평양과 염광여중에서 코치로 일했다.

그는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 주부로서 집안일은 물론이고 1남1녀의 엄마로, 그것도 올해 고3 수험생이 된 딸 뒷바라지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농구인으로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경기감독관으로 일하고 있으며 대한농구협회 이사직까지 맡고 있다.

사장 직함이 찍힌 명함도 있다. 발효식품 전문 업체인 ㈜유정원의 대표로 기업 경영과 홍보 업무에 바쁜 나날을 보낸다. 여기에 경기 해설과 CF출연까지….

그래도 마음은 늘 농구장에 있다는 박씨는 “한때 최고 인기를 누린 여자농구가 요즘 침체된 것 같아 속이 상하고 책임감도 느낀다”며 “올해 아테네올림픽에서 후배들이 꼭 옛 영광을 살려주기를 바란다”고 따끔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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