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홍-김재옥옹 사비 털어 아파트주민에 태극기 무료배부

  • 입력 2003년 8월 13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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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아파트 단지 전체에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인 장대홍(오른쪽), 김재옥 할아버지. -사진제공 서울 송파구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아파트 단지 전체에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인 장대홍(오른쪽), 김재옥 할아버지. -사진제공 서울 송파구
1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마천2동 금호베스트빌 아파트단지. 광복절이 아직 이틀이나 남았는데도 벌써부터 집집마다 태극기가 물결치고 있었다.

215가구 주민이 사는 이 단지에 태극기가 내걸린 것은 12일 오전 9시. 이곳에 사는 장대홍(75), 김재옥(72) 두 할아버지의 ‘성화’에 의해서다.

6·25전쟁 참전용사인 두 할아버지는 사비 80여만원을 들여 9, 10일 집집마다 태극기를 나눠줬다. 처음엔 태극기가 없는 가구만 골라 무료로 나눠줄 계획이었지만 “왜 우리 집은 안 주느냐”는 항의 아닌 항의에 적지 않은 쌈짓돈이 들어갔다.

두 할아버지는 태극기를 나눠주면서 12일 오전 9시부터 16일 오후 6시까지 게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17일 제헌절 때 살펴봤더니 딱 여섯 집에만 태극기가 걸려 있더군요.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습니까.”

장 할아버지의 말이다.

뒤늦게 두 할아버지의 노력을 전해들은 관리사무소는 하루에 3번씩 국기 게양 홍보 방송을 하며 힘을 실어줬다.

주민 서길석씨(49)는 “이웃의 얼굴도 잘 모르고 사는 아파트단지에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태극기를 통해 주민이 하나가 됐다는 생각에 모두가 뿌듯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지난달 제헌절에 전국 14만3539가구를 대상으로 국기 게양 실태를 조사한 결과 33%인 4만7388가구만이 태극기를 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 지역은 1만4769가구 중 358가구만이 국기를 게양해 게양비율이 2.4%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반면 강원 지역은 1670가구 중 90%가 넘는 1510가구가 태극기를 달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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