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의 초고속 승단은 올해 개정된 한국 기원의 승단 규정 덕분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세계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3단, 준우승시 1단이 오른다. 또 ‘KT배’ 등 국내 대회 상금랭킹 3위 이내 기전에서 우승하면 2단이, 준우승하면 1단이 오른다. 나머지 국내 기전은 우승자만 1단이 오른다.
이세돌 9단은 4월 LG배 세계기왕전 우승으로 6단에 올랐고 5월 상금랭킹 1위인 KT배 준우승으로 7단, 그리고 후지쓰배 우승으로 9단이 된 것.
이세돌 9단은 2001년 하반기 이후 승단 대회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프로로서 대국료가 없는 대회에 참가할 수 없으며 ‘단’이 실력의 가늠자는 아니다”고 말해 왔으며 그의 불참을 계기로 승단 규정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단과 실력이 비례했으나 신예 기사들이 9단 등을 이기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단의 권위가 무너진 것.
한편 이창호 9단은 1996년 7단 시절 유창혁 9단과 함께 한국기원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 20세 11개월, 입단 9년 만에 9단이 됐다. 86년 입단한 그는 91년까지 10개의 국내 타이틀을 획득해 현재와 같은 승단 제도라면 10여년 전에 9단에 올랐을 것으로 바둑계는 보고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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