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심야토론서 언론정책 정면 비판 배병휴씨

  • 입력 2003년 4월 25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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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잡은 정치인들은 방송을 좋아한다. 방송에선 얼굴에 분장하고, 머리카락 염색하고, 분홍 넥타이 맨 화면을 연출해 국민을 마취시킬 수 있다. 반면 연출된 화면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비판하는 신문을 싫어하는 것이다.”

19일 밤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 출연한 이후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막말 언론인’으로 집중 포화를 받은 경제월간지 ‘경제풍월’ 배병휴 대표(62·사진). 그는 “밤늦게까지 걸려오는 괴전화에 아내와 며느리가 울고불고, 많은 상처를 받았다. 늙은 나로서는 대항할 힘이 없어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고 체념조로 말했다.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출신인 그는 ‘참여정부와 언론 어디로 가나’란 주제로 진행된 당시 토론에서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는 패널로 참여했다. 토론회 도중 최민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이 “현 정부의 언론정책은 유신시절 ‘보도지침’에 비교하면 별 것 아니다”고 한 발언과 주동황 광운대 교수가 “신문시장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한 발언을 강한 어조로 꾸짖었다.

그는 이에 대해 “학문을 연구하는 교수가 중립을 지키지 않고 신문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자꾸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주장하는 데 순간적으로 화가 났다. 학자의 양심을 묻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배씨는 자신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뺀 상당수가 관변언론’이라고 말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과거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신문들이 친여지로 돌아선 행태를 꼬집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TV토론 프로그램에서 ‘직설화법’으로 유명한 배씨는 매일경제 논설주간 시절 TV토론 프로그램에 참가해 “‘농가부채 탕감’을 해준다면 도시 노동자들의 부채는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가 농민들로부터 집단 항의를 받은 전력이 있다.

그는 “‘언론권력’이란 말은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KBS MBC 등 거대 방송사나 대통령이 직접 찾아간 한겨레에 더욱 어울리는 말”이라며 “정치인들이 야당시절엔 언론의 도움을 많이 받다가 집권하면 비판받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배씨는 “나를 욕하는 네티즌들도 많지만 다행히 최근엔 ‘속이 시원하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있어 고맙다’는 등의 격려전화가 많이 와 힘이 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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