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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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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사학과 박선희(朴仙姬·50) 교수는 고대 한국에서도 면직물을 생산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삼국사기(三國史記), 양서(梁書) 등 고문서를 보면 ‘백첩포(白疊布)’라는 야생 면이 자생한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근거를 들었다.
박 교수는 최근 펴낸 ‘한국 고대복식, 그 원형과 정체’(지식산업사)에서 한국 고대복식의 기본 재료를 분석하고 바지 치마 관모 갑옷 등 고대복식의 기원을 밝혔다. 이 책은 학계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왔던 고대복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민족주의 관점’의 접근법. 지난 5년간 복식사 연구에만 매달렸다는 박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이 모, 마, 면직물 등을 가공하고 직조하기 시작한 연대가 중국과 비슷하거나 앞선다고 주장한다. 고조선이 뼈와 가죽, 청동 등을 재료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갑옷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한민족의 고대복식 문화가 중국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잘못된 통설’입니다. 복식뿐 아니라 생활 문화 전반에서 고대 한국은 나름대로 문화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박 교수는 “그 동안 한국 고대복식사 연구는 1947년 출간된 이여성(李如星)의 ‘조선복식고’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전개해 왔다”고 지적했다. 복식사 연구 초기 단계에 쓰여졌던 ‘조선복식고’는 한국의 복식 문화가 중국이나 북방 민족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바탕에 깔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과 한국의 고문헌 유물을 조사, 정리한 내용을 제시했다. 그는 “복식을 매개로 삼아 고대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문화를 영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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