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정복나선 장애인 김홍빈씨등 3명

  • 입력 2002년 12월 1일 18시 25분


킬리만자로 등정에 나선 토니 크리스천슨(앞)과 김홍빈(뒤 오른쪽) 김소영씨가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서 출국 직전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연합
킬리만자로 등정에 나선 토니 크리스천슨(앞)과 김홍빈(뒤 오른쪽) 김소영씨가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서 출국 직전 환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연합
각기 다른 장애를 지닌 장애인 3명이 킬리만자로 정상 정복에 나섰다.

하반신이 없는 뉴질랜드인 토니 크리스천슨(40)과 양손가락이 없는 장애인 스키선수 김홍빈씨(38), 1급 시각장애인 김소영씨(31·여)가 그들이다.

한국문화콘텐츠 진흥원이 지원하는 HDTV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한 팀으로 뭉친 이들은 지난달 30일 출국해 12일부터 12일간 해발 5895m의 킬리만자로 키보봉을 오르게 된다.

몇 해 전 히말라야 정상을 200m 남겨 놓고 고산증 때문에 중도에 포기해야 했던 김소영씨는 “이번만큼은 꼭 스스로의 의지를 확인해 보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스무살이던 1989년부터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기 시작한 김소영씨는 93년부터 시각장애인 극단 ‘소리’에서 배우로 활동했고 최근까지 EBS 라디오 프로그램의 내레이터 등을 해 왔다.

김소영씨는 평소 운동을 즐겼지만 이번 등반을 위해 4개월 전부터 수영을 하며 체력을 다졌다.

산악인 출신의 김홍빈씨는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산을 등반하다 동상에 걸려 양손의 손가락을 모두 잘라내야 했다. 김홍빈씨는 이후에도 폴대 없이 탈 수 있는 외발스키를 연습해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했으며 등산도 계속하고 있다.

1㎝도 채 남지 않은 오른손 검지 끝부분을 가리키며 김홍빈씨는 “아무리 작아도 신체의 일부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며 “이번 도전을 통해 더 강해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홉살 때 열차 사고로 하반신을 잃은 크리스천슨씨는 태권도를 비롯해 승마와 경비행기운전, 보트, 유도 등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으로 각종 강연을 다니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애인으로서 나름대로 성공해 오히려 편안하게 지낸 측면이 없지 않았어요. 인생의 중반에 접어든 지금 다시 저 자신을 채찍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년 1월에 돌아올 이들은 “서로의 장애를 보듬어 주며 킬리만자로뿐 아니라 각자 넘어야 할 인생의 산까지 정복해보겠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이들의 도전은 내년 4월 방송될 예정이다.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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