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한석-김순신씨, "50면만에 쓰는 학사모"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23분


‘반세기만에 쓰는 서울대 학사모.’

두 노인이 입학한 지 50여년만에 26일 서울대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주인공은 사회대 경제학부와 사범대 영어교육과를 각각 졸업하는 71세의 조한석(趙漢石)씨와 68세의 김순신(金順信)씨.

50년대초 불가피하게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이들은 98년 서울대 학적규정 가운데 “퇴학 또는 제적된 자는 5년 이내에 재입학해야 한다”는 기존 복적 관련 규정이 삭제되자 지난해 복적을 신청, 만학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48년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6·25전쟁의 와중이던 53년 해군 간부후보생으로 자원입대하는 바람에 중도에 학업을 포기했던 조씨는 80년대초 해군 대령으로 예편,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을 운영하다 지난해 2학기 마지막 8학점을 채우기 위해 복학했다.

지난해 1학기에 서울대에 복적한 영어교육과 51학번인 김씨 역시 집안사정으로 54년 서울대를 떠나 교편을 잡았으나 그뒤 학업에 대한 열망으로 지방대에 편입학해 졸업하고 고교 교사와 교장을 거쳐 81년부터 아주대 영문과교수로 재직하다 98년 퇴직하는 등 교육계에 계속 몸담아 왔다.

조씨는 “이 나이에 졸업장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인생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욕심이 났다”며 “졸업장이 없어 동문회에서 준회원으로 대우받는 것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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