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항암치료 후유증 딛고 청주 청북고 수석 입학

  • 입력 2000년 2월 10일 19시 53분


뇌종양에 걸린 중학생이 항암치료의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공부에 매달려 올해 충북고(충북 청주) 수석 입학의 영예를 안았다.

10일 청주중을 졸업한 이주형(李周泂·17)군. 이군은 올해 충북지역 고입선발고사에서 500점 만점에 480.61점을 받아 추첨으로 배정받은 충북고 신입생 가운데 수석을 차지했다. 그는 3월 2일 이 학교에 입학한다.

이군이 뇌종양 판정을 받은 것은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인 97년 1월. 곧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종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휴학을 하고 1년간 항암치료를 받았다. 머리가 빠지고 계단을 오르내리면 숨이 찰 정도로 몸이 약해졌다.

이군의 부모는 공부를 만류했다. 그러나 이군은 98년 3월 2학년에 복학한 뒤 “몸도 좋지 않은데 공부까지 안하면 어떻게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느냐”며 책을 놓지 않았다. 성적도 줄곧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다만 체육 점수는 최하위였다.

“공부를 하면 부모님이 혼을 내 몰래 공부했어요. 사물이 둘로 보이는 복시(複視)현상 때문에 한쪽 눈을 가리고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이군의 아버지(43)는 “건강이 먼저라며 아무리 공부를 말려도 말을 듣지 않았다”며 “아들이 완전히 건강을 되찾기만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군은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수학을 전공해 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군은 이날 청주중 졸업식에서 모범상을 받았다.

<청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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