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동양철학 공부위해 사표낸 박재오검사

  • 입력 2000년 1월 28일 18시 25분


“형벌로는 인간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법기관이 그동안 수많은 범죄자를 잡아 가뒀지만 범죄는 줄지 안잖아요.”

청주지검 형사2부 박재오(41)검사. 그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면 인간을 법으로 다스리기 보다는 의식과 심성이 변하도록 해야 한다”며 28일 돌연 사표를 냈다.

그는 동양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3월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입학할 예정. 이 곳에서 공부한 뒤 중국으로 가 본격적으로 동양철학을 연구할 계획이다. 그는 변호사 개업은 절대 않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결정이 아닙니다. 어려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배웠고 검찰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종종 스님들을 찾아 화엄경과 금강경 등을 공부했어요.”

유창종(柳昌宗)청주지검장은 그런 그에게 ‘껍질을 벗지 않으면 나비가 될 수 없다’는 글을 전하며 “큰 나비가 되어 돌아오라”고 축원했다.

박검사는 지난해 말 검찰의 현실 을 비판하는 글을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이 글에서 "검찰이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이 없다고 했다가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 부끄러워 울었다. 이 때문에 피의자들에게 올바른 삶을 살라고 충고하면서도 괴롭다”고 고백했었다.

그는 90년 사법고시 32회에 합격해 춘천지청과 서울지검 등에서 근무했다.

<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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