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백남준씨 새작품 '호랑이…' 공개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미국에서 3년6개월째 투병 중인 백남준(67)이 2000년대 한민족의 웅비를 기대하며 초인적 의지와 정성으로 제작한 비디오작품이 14일 국내 기자들에게 공개됐다.

백남준은 31일 오후 6시부터 2000년 1월1일 오전 1시40분까지 남북분단 현장인 임진각에서 펼쳐지는 새천년준비위원회의 밀레니엄맞이 행사 ‘DMZ2000’에 최신작 ‘호랑이는 살아 있다’를 출품한다. DMZ2000의 미술감독 이용우씨가 이날 백남준의 전시계획을 대신 설명하면서 백남준의 말을 전했다.

“한민족은 호랑이입니다. 반드시 전세계 무대에서 포효할 것입니다.”

당초 임진각에서 직접 퍼포먼스를 펼칠 예정이었던 백남준은 뇌졸중과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백남준은 뉴욕에서 3개월여에 걸쳐 45분 분량의 비디오작품을 제작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21세기 예술경영연구소’에 보내왔다.

‘호랑이는 살아 있다’는 한국의 민화에 자주 등장하는 호랑이 그림 등을 이용해 제작했으며 연주 도중 피아노를 부수는 등 그의 과거 퍼포먼스도 담았다. 백남준은 “나도 한민족 호랑이 중 하나로 국제무대에서 씩씩하게 활동했던 내용을 담았다”고 전해왔다.

‘DMZ2000’은 진도씻김굿으로 시작해 국내외 예술가가 인류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의 공연으로 꾸며진다. 행사내용과 백남준 비디오작품은 밤12시부터 전세계 87개국에 TV와 인터넷으로 중계된다.

한편 2000년 2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리는 백남준 초대전 기자회견에는 전세계 2700여명의 기자들이 참가의사를 밝혀 왔다. 이용우씨는 “백남준이 작품을 만들며 눈시울을 붉혔다”면서 “구겐하임미술관으로부터 한국 밀레니엄행사에만 너무 신경을 쓴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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