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이안 베이커, 한국제자들의 '30년만의 사은회’

  • 입력 1999년 11월 4일 19시 20분


‘제자들에게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게 더 많아요.’

최근 졸업 30주년 기념모임을 준비하던 서울대사대부고 21회 동창회(회장 이서항·李瑞恒·48·외교안보연구원 교수) 간부진은 미국에서 온 한 은사의 편지를 읽고 가슴이 뭉클했다.

보낸이는 영어 은사였던 다이안 베이커(58·여). 그는 남편과 함께 미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66년 25세의 나이로 한국에 와 사대부고 21회가 졸업한 69년까지 교편을 잡은 뒤 미국으로 돌아갔다.

베이커는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서머빌병원에서 가족계획 및 여성건강 서비스센터의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내게 한국에서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또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평생 다른 이들에게 말해 왔답니다.” 그는 편지에서 젊은 시절 한국에서 겪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끝없이 풀어갔다.

‘김소월의 시를 가르쳐주던 한국인 선생님. 학생들과 함께 비원과 덕수궁, 동대문의 스케이트장을 찾았던 일들….’

베이커는 “당시 함께 살았던 제자와는 지금까지 계속 연락을 해 왔다”며 “이제 제자의 가족은 내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인연으로 베이커 부부는 75년 5세이던 한국인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베이커는 6일 오후 열리는 서울대사대부고 21회 졸업 3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3일 내한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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