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在美한인 이명섭씨]日회사 차별실상 일기에 남겨

  • 입력 1999년 11월 2일 20시 15분


일본계 회사에서 차별에 시달려 오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명섭씨는 사무실에서 당해 온 차별의 실상을 일기에 남겼다. 다음은 일기 내용.

△96년 3월〓한국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난 후 이빨을 닦지 않아 김치나 마늘냄새가 많이 난다고 일본인들이 말했다. 매우 당황했다. 가슴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

△96년 11월〓일본인 직원 E가 공금을 횡령하는 것을 알고 일본인 과장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과장은 서류를 건성으로 보더니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왜 정직한 일본인을 네가 모함하느냐’는 표정과 말투였다. 너무나 큰 모욕감을 느꼈다(직원 E는 오랫동안 회사돈을 횡령해온 사실이 들통나 98년 4월 15일 파면됐다).

△97년 10월〓J씨와 내가 “불경기라는데 한국계 신문에 판촉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건의했다. 일본인 상사는 “한국사람은 거래를 해놓고 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과는 비즈니스를 안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97년 11월〓회사측은 면접 당시 ‘월급은 적으나 오버타임(시간외 수당)이 있으니 생활비는 걱정말라’고 했다. 2년간 밤 11시 이후까지 일을 도맡아 했다. 일본인 직원들이 내 차를 보고 ‘지저분하다’ ‘고물이다’ 등등 창피함과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말을 자주했기에 하루빨리 새 차를 사려고 했다. 하지만 오버타임은 저녁 8시까지만 적용됐다. 한국인 종업원에 대한 차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97년 12월〓일본인 상사와 직원들은 ‘한국회사들이 망하고 있다’면서 ‘미국에 있는 한국회사들도 곧 거의 다 망할 것’이라며 폭소를 터뜨렸다.

〈로스앤젤레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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