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만성신부전증 투병 고민식씨 목숨건 도전

  • 입력 1999년 10월 8일 01시 28분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30대 남자가 윈드서핑으로 대한해협 횡단에 나선다.

제주시내에서 누나의 식당일을 도와주며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인 고민식(高敏殖·36)씨.

고씨는 1주일에 세차례씩 투석치료를 받아야하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이달 중순 바람이 좋은 날을 택해 제주 남제주군 성산포항을 출발할 예정이다. 길이 2.8m의 숏보드와 높이 4.3m의 돛에 의지해 거친 바다를 건너 일본 나가사키(長崎)까지 가겠다는 것. 예상 항해거리는 260㎞. 바람과 조류를 따라 9시간 동안 파도와 싸워야한다.

조류의 영향으로 도착예정지가 바뀔 수 있고 항해시간이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숏보드로 대한해협을 횡단한 사람은 아직 없다. 예전에 부산에서 길이 3.5m의 롱보드로 일본 쓰시마(對馬島)까지 항해한 윈드서퍼가 있었을 뿐.

더구나 그는 만성신부전증으로 1년4개월째 투병중인 환자다. 9시간 이상 걸릴 항해 동안 신장기능이 급속히 악화될 우려도 없지 않다. 목숨을 건 항해인 것이다.

하지만 고씨는 “만성신부전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매일 4∼6시간씩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맹훈련을 하고 있다. 88년 윈드서핑과 처음 인연을 맺은 고씨는 현재 제주시생활체육 윈드서핑협회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6월 발병후 1년가량 바다와 떨어져 있다가 다시 윈드서핑을 시작하면서 생활에 활력을 찾았어요. 나의 도전이 병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고씨의 항해에는 동료 윈드서퍼인 김동신씨(37)가 동행할 예정이다.

〈제주〓임재영기자〉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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