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꿈」 접지 않은 「공부벌레 할머니」 채병순씨

  • 입력 1999년 5월 7일 19시 40분


『자식들이 내가 들어갈 대학을 알아보느라 바빠요.』

7일 발표한 올해 고졸(高卒)검정고시 합격자 중 최고령자인 채병순(蔡丙順·67·경기 군포시 금정동 삼익소월아파트)할머니는 “여행을 가면 소감을 적고 싶었던 적이 많았지만 글이 제대로 써지지 않아 문예창작을 전공할 생각”이라고 환히 웃었다.

채할머니는 45년 고향인 경북 상주군 이완면 이완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중학교에 진학하려 했지만 부친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부친은 외동딸인 채할머니가 당시 고향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2명의 여자 중 한명으로 여자로서 교육을 받을 만큼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 하지만 오빠와 남동생은 부친의 뒷바라지로 대학을 졸업했다.

채할머니는 5남매를 낳아 기르면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천주교 신자로서 성경공부를 계속했으며 소설을 읽고 글짓기교실에 다니는 등 ‘문학소녀’의 꿈을 접지 않았다.

채할머니는 97년 가을 집 부근 학원에서 영어와 한문 강좌를 듣다 검정고시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등록했다. 그리고 지난해 검정고시반에 들어간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면서 채할머니는 손자들로부터 ‘공부벌레’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준우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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