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악바리」김이용,「기대주」딱지 뗐다

  • 입력 1999년 4월 19일 19시 19분


한국 마라톤이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다.

김재룡 김완기 황영조 등이 은퇴한 뒤 90년대 후반 이봉주가 외롭게 이끌었던 한국 남자마라톤에 차세대 딱지를 뗀 ‘악바리’ 김이용(25·코오롱)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이용은 18일 열린 로테르담마라톤에서 2시간07분50초로 역대 국내 2위기록을 세우며 같은 날 런던마라톤에서 12위(2시간12분11초)에 그친 한국최고기록 보유자 이봉주를 압도했다.

특히 2시간7분대는 세계 톱클래스임을 인정받는 기록. 로테르담대회조직위원회는 1위인 코스게이(2시간07분11초·케냐)나 5위 김이용이나 똑같이 2시간7분대 기록상금인 5만달러를 지급했다.

사실 김이용은 진작에 이봉주를 능가할 재목으로 손꼽혀왔다.

황영조의 강릉 명륜고 후배이기도 한 그는 건국대 4년때인 96년 동아국제마라톤에서 대학생으로는 최초로 2시간10분벽(2시간09분36초)을 돌파한 ‘마라톤 천재’.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아 입상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졸업을 앞둔 96년 12월 호놀룰루마라톤에서 3위에 올랐던 게 가장 좋은 성적이다.

또 90년대들어 선배인 김완기 황영조 이봉주 등이 이미 한국최고기록을 무수히 경신해 놓은 터라 2시간10분벽을 세번이나 깨뜨렸으면서도 신기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최근 기록으로만 보면 김이용의 상승세가 훨씬 두드러진다.

김이용은 96동아국제마라톤 이후 1년6개월여의 시차를 두고 기록단축을 해왔다. 97년 10월 조선일보 춘천마라톤에서 2시간09분21초를 기록한 그는 그로부터 1년6개월이 지난 18일 로테르담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을 1분31초나 앞당겼다.

김이용에게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손기정―황영조에 이은 또 한번의 신화창조를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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