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복싱]국내최고령 김종길복서 『세계챔프로 보답』

  • 입력 1998년 10월 23일 19시 37분


김종길. 서른세살. 한국프로복싱 슈퍼라이트급 챔피언이자 서울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경비원. 프로복싱선수로는 국내에선 최고령. 전적 32전 19승(12KO)4무9패.

24시간 근무하고 하루를 쉰다. 집은 인천 가정동. 오전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1시간쯤 로드워크를 하고 6시30분 출근길에 나선다. 직장까지는 전철로 2시간 거리.

직장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시장바닥을 돌다보면 어느새 오후 5시30분. 이때부터 밤 9시까지는 휴식시간이다. 김종길은 이때도 쉬지 않는다. 동대문에서 남산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린다. 다음날 8시30분까지는 다시 야근.

월급은 한달 75만원. 그와 그의 아내, 세딸이 살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부족한 돈은 아내가 포장마차를 해서 보탠다. 그래도 어머니에게 매달 10만원씩 꼬박꼬박 용돈도 드린다.

김종길이 복싱을 시작한 것은 84년. 전북 부안중학교 재학시절 김태식이 이바라를 1회 KO시키는 것을 보고 권투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수업료가 없어 다니지도 못할 학교는 3학년 때 그만뒀다.

그리고 바로 상경. 과자공장 도금공장 목재소 아파트공사장 등 안해본 일이 없었다. 신문배달을 하면서 꿈에도 그리던 권투를 하게 됐다. 보급소에서 먹고 자며 밤에는 서부체육관에 나가 기본기를 배웠다.

85년 11월 데뷔전. 무승부였지만 주위에선 잘했다고 했다. 이때부터 또 직장을 전전했다. 지방에서 경기가 있을 때 3,4일 휴가를 내고 다녀오면 그만두라고 했다. 그래서 비교적 자유로운 공사장 일을 많이 했다. 하루 종일 들통을 메다 오후 6시 일이 끝나기 무섭게 도장으로 달려갔다.

김종길은 늘 잠이 부족하다. 그래서 링에 올라도 항상 몸이 무겁다. 그러나 그는 결코 뒷걸음치지 않는다. 콧등이 내려 앉고 눈썹주위가 일그러질 정도로 맞싸운다.

김종길의 꿈은 아직도 세계챔피언. 다음달 동양태평양(OPBF) 챔피언에만 오르면 다음 목표는 세계챔피언이다. 동양챔피언에만 오르면 아직 결혼식도 못올린 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워줄 계획이다. 아이들이 입버릇처럼 되뇌는 롯데월드나 서울대공원에도 꼭 한번 데려갈 계획이다.

〈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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