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인하 건물주-입주상인, 훈훈한 「IMF미담」

  • 입력 1998년 7월 2일 18시 49분


‘임대료 인하해주신 건물주님/뜨거운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열심히 노력하여 꼭 보답하겠습니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나루터 골목’의 잠원상가에 걸린 플래카드다.

상가번영회 회원들이 최근 점포 임대료를 내린 건물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

이 상가에 세든 6백80여명의 상인들은 올들어 IMF여파로 매출이 절반 이상 ‘뚝’ 떨어지자 3월부터 건물주들에게 임대료 인하를 호소했다.

건물주들 역시 임대료가 제대로 걷히지 않는 등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세입자들의 처지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1백여명의 건물주는 지난달 중순부터 한두명씩 임대료 인하를 결심했고 2일 현재 15개 건물 60여개 점포의 임대료를 10∼20% 낮췄다.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돕고 살아야죠. 사는 정이 그런 것 아니겠어요.”

“모두들 힘들 때 조금이라도 ‘덜 어려운 사람’이 이해를 해야지요.”

상인들도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로 이심전심 마음을 모았다. 그래서 몇몇 상인들은 1주일에 두세번 서울역 노숙자들에게 빵과 우유를 전달하기로 했다.

상가번영회 구형석(具亨錫·51)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도와야 한다는 값진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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