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석회장 『동아건설등 4개사 경영권포기 용의』

  • 입력 1998년 5월 7일 20시 05분


재계 10위인 동아그룹의 모회사인 동아건설 최원석(崔元碩)회장은 7일 동아건설 등 4개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포기 의사를 밝혔다.

최회장은 또 김포매립지 개발권을 정부에 위임하고 흑자기업인 대한통운을 외국기업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최회장은 이날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에 담보로 설정한 본인 소유의 4개 계열사 주식 전체에 대한 처분권을 주거래은행에 맡기겠다”며 은행단의 결정에 따라서는 경영권 포기도 수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은 △동아건설 3백43만주 △대한통운 1백16만주 △동아생명 1백48만주 등이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제2금융권이 무차별적으로 자금을 회수하고 재개발 재건축 등에 자금이 묶여 심각한 자금난에 직면해 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동아건설의 회생을 위해 백의종군한다는 자세로 이같은 자구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최회장은 그러나 “리비아 대수로 3차공사 수주 결정이 눈앞에 있는 만큼 수주에 도움이 되는 일은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혀 자신의 대외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강한 집념을 보였다.

김포매립지 개발과 관련, 최회장은 “개발권을 정부에 위임해 특혜시비를 불식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정현(劉正顯)동아건설 부사장은 “동아건설이 모든 개발이익을 포기하고 부지 대금 등 이미 투입된 자금만 회수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회장은 또 “6천5백억원의 자산과 영업권을 포함, 1조원 이상인 대한통운을 인수합병(M&A)방식으로 외국사에 매각하겠다”며 “이를 위한 접촉이 다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말 이후 자금난에 시달려온 동아건설은 스위스의 CSFB로부터 빌리기로 한 5억달러의 상업차관으로 은행 빚을 갚기로 하고 올들어 두차례에 걸쳐 3천6백억원의 협조융자를 받았으며 6일 추가로 2천9백억원의 협조융자를 신청했으나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상태다.

동아측의 이같은 자구계획에 대해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을 비롯해 외환 상업 신한 경남 등 5개 거래 은행은 아직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동아측은 “인천매립지를 제외하고도 총자산 5조8천2백억원, 총부채 4조9천억원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9천2백억원 많다”며 “자금 흐름만 정상적으로 회복되면 반드시 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은행을 비롯해 동아건설 협조융자에 참여한 은행들의 여신담당임원들은 이날 저녁 긴급대책회의를 가졌다.

외환은행 최경식(崔京植)상무는 “최회장이 경영권은 포기하지만 백의종군으로 회사를 위해 일하겠다는 의사이므로 일단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며 “스위스 CSFB로부터 들여올 5억달러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기존 협조융자는 큰 변동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최회장 일문일답 ▼

―‘백의종군’은 경영권 포기를 뜻하나.

“보유 주식을 은행단의 처분에 맡긴 만큼 은행단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뜻이다.”

―경영권을 포기하고도 리비아 대수로공사 수주에 관여할 수 있나.

“리비아 2단계 추가공사와 3단계 수주는 동아건설의 회생과 직결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역할이 있을 것으로 본다.”

―자구계획에 대해 채권은행단과 협의를 거쳤나.

“내용을 미리 알렸다.”

―인천매립지의 개발권을 정부에 위임한다는 말의 진의는….

“정부 주도로 개발되면 끊임없이 제기되는 특혜 시비가 해소될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 위임한다는 것이다.”

―인천매립지도 채권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다. 소유권은 유지하는 것인가.

“이미 담보 설정이 돼 있는 만큼 은행단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사재를 출연할 용의는….

“사재는 이미 각종 담보로 제공돼 있다.”

〈이철용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