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일본은 없다』…日열도 『과연 소문대로』떠들썩

  • 입력 1998년 2월 23일 19시 48분


‘한국 야구천재’ 이종범(28·주니치 드래건스). 그의 첫 느낌이 매우 좋다. 팀 선배 선동렬(35)이 2년전 겪었던 쓰라린 ‘일본 초년병 징크스’의 아픔은 ‘남의 일’일 뿐이다. 22일 오릭스 블루웨이브와의 올 첫 시범경기에서 3회초 2사 만루에서 마루 오의 몸쪽 싱커를 끌어당기면서 만루홈런을 뿜은 그에 대한 호평으로 일본열도가 떠들썩하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올해 일본 프로야구 최초의 홈런 기록. 또 3회초 첫 타석에서는 득점까지 뽑는 등 이날 3타수 2안타 4타점 3득점의 ‘특급 기량’을 뽐냈으니…. 물설고 낯선 일본으로 건너간지 이제 겨우 40여일밖에 안됐지만 이종범은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우선 타격. 이종범은 몸쪽 높은 공과 직구에는 특유의 ‘동물적 감각’을 뽐낼만 해졌다는 평. 싱커와 포크볼 등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다소의 허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은 그는 약점 만회를 위해 의식적으로 타석에 바짝 붙어 밀어치기에 주력한 것이 주효하고 있다. 한국에서 한해 평균 21.2개의 홈런을 쳐냈던 장타력은 잠시 접어두고 대신 방망이를 짧게 잡고 톡톡 끊어치는 단타위주로 공략할 태세. 호시노 감독도 “타격에 약점도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직접 보니 나무랄 데가 없다”며 이종범을 3번에 앉히려던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붙박이 톱타자’로 완전히 점찍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도루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22일에도 이종범은 도루 하나를 성공시켰다. 최근 11년간 3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전통적으로 ‘느림보’인 주니치로서는 ‘구세주’. 주니치는 ‘30도루〓1천만엔’에서 시작해 5개당 5백만엔씩 추가, ‘70도루〓5천만엔’까지 약속하는 등 ‘바람의 사나이’이종범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수비도 유격수가 확정적. 라이벌 구지가 2루수, 3년 연속(95∼97년) 골든글러브 2루수 수상자인 다쓰나미는 좌익수로 내정됐다. 이는 새로운 무대에서는 새로운 정신이 필요하다는 이종범의 지론에서 비롯된 것. 그는 “일본에서는 진짜 신인이다. 우선 일본 야구에 익숙해지는 게 선결 과제”라고 말해 왔다. 이종범은 실제로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땀을 쏟고 있다. 훈련이 끝나면 과로를 호소할 정도. 그는 숙소 생활에서도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있다. 김치를 빼놓고는 동료들과 똑같이 일본식으로 식사를 하는 그는 “동료들과 똑같이 생활하는 게 일본적응의 지름길”이라고 장담한다. 그는 밤이면 각 구단 투수들을 비디오로 자세히 분석하며 ‘준비된’ 유격수 겸 톱타자를 위해 노력하고있다. 〈김호성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