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들 「외화 아끼기」화제…해외사법제도 시찰 포기

  • 입력 1997년 12월 14일 19시 57분


평생 한번 돌아오는 해외사법제도 시찰 기회를 포기한 고참판사 10명의 얘기가 법원의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사법시험 8회 동기인 서울고법의 김대환(金大煥·민사1부) 이융웅(李隆雄·민사5부) 두 부장판사는 외환위기에 빠진 국가경제상황에서 차마 달러를 낭비할 수 없다며 12일 법원행정처에 선뜻 해외시찰 취소의 뜻을 전했다. 판사들의 해외사법제도 시찰은 매년 여름과 겨울 휴가기간에 2주동안 외국의 각종 사법제도를 돌아보고 오는 제도로 15년 이상 근무한 판사들에게 자격이 주어진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외국 대학에 1년동안 유학하는 해외연수제도와 함께 「외국 물」을 먹을 수 있는 「희귀한 찬스」로 통한다. 특히 1년간의 해외연수는 전체 판사중 30% 정도밖에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지법 부장판사급 이상 고참판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 해외시찰 취소사실을 전해들은 서울지법 부장판사 2명 등 8명도 13일 『우리도 두분과 뜻을 같이 한다』는 의사를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 이 덕분에 법원행정처는 최소한 5천만원 상당의 달러를 절약하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무리 국가를 생각하더라도 평생 한번 있는 기회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 환율이 폭등해 사법제도 시찰에 쓸 수 있는 예산이 10명에서 5명분으로 줄어들어 고민했는데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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