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34세 서경배사장 『향수뿌리는 「화장품 맨」』

  • 입력 1997년 9월 8일 07시 46분


『사업다각화도 화장품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한 다음 얘깁니다. 나무기둥이 흔들리는데 가지인들 온전하겠습니까』 5일로 창립 52주년을 맞은 ㈜태평양의 서경배(徐慶培·34)사장에게는 「신세대」의 냄새가 물씬 난다. 무스로 빗어올린 머리나 새끼손가락에 칠해진 매니큐어 등, 먼 발치에서도 진한 남성용 향수가 번져오는 느낌이다. 그러나 서사장의 경영스타일은 「튀는」 쪽보다 보수적인 쪽에 가깝다. 그는 서성환(徐成煥)그룹회장의 차남. 2세 경영인으로서 떠오르는 신규사업에 욕심을 낼 법도 한데 오히려 프로야구단 패션 여자농구단을 차례로 매각하면서 「가지치기의 달인(達人)」으로 불리고 있다. 92년 태평양제약 사장시절엔 류머티즘치료제 「케토톱」의 개발 아이디어를 내 단번에 사업을 본 궤도에 올려놓았지만 취급 품목의 70%를 과감히 버리기도 했다. 임원들에겐 기초화장품 메이크업 향수 등 핵심 사업부문의 경쟁력을 키우지 않고 딴 사업에 「한눈 파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고 늘 강조한다. 『화장품만큼 완전히 개방된 업종도 없을 겁니다. 브랜드이미지가 탁월한 외국업체들이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화장품사업에 총력을 쏟아 「진검승부」를 해야할 때라고 생각했죠』 서사장은 최근 개발한 「아이오페 레티놀 2500」을 태평양의 기초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은 「쾌거」로 평가한다. 피부재생을 촉진하는 레티놀 성분을 상용화한 것은 미국 존슨앤존슨에 이어 세계 두번째라는 게 그의 주장. 상반기 경상이익도 2백2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9억원에서 껑충 뛰었다. 『화장품은 대표적인 기술 자본집약 산업입니다. 부피가 작아 국경을 넘나들기도 쉽습니다. 굳이 해외에 공장을 지을 필요가 없다는 얘깁니다』 이미 국내 시장이 외국업체와의 「진검승부」의 장(場)이 된 탓인지 서사장의 해외시장 접근법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선양(瀋陽)과 파리에 세운 생산법인 외엔 추가로 공장을 해외에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러나 외국경쟁사의 안마당을 공략할 판매법인은 인수합병(M&A)을 통해서라도 계속 늘린다는 구상이다. 서사장은 연세대와 미코넬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뒤 지난 3월 사장에 취임하기까지 10여년동안 그룹 계열사를 돌며 사업을 익혔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조직개편. 말로는 「군살빼기」를 외치던 사람들도 자신에게 칼이 돌아오면 몸을 사렸다. 서사장은 4년전 조직슬림화에 본격 착수, 결재라인을 팀장―임원―사장의 3단계로 줄였다. 『중역들도 실무에서 떠나면 안됩니다. 그래야 의사결정이 구체적이고 「고객밀착형」 경영도 이뤄질 것 아닙니까』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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