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는 결코 사양업종이 아닙니다. 소비자들의 기호를 재빨리 감지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활로는 있습니다』
부산 사하구 신평동 염색단지내 모방업체인 ㈜왕벌의 許宰銘(허재명·38)부사장은 「섬유산업은 포기하는 게 낫다」는 주장을 결코 인정할 수없다.
중국 등 개도국 업체들의 저가공세가 대단하지만 그들이 따라오지 못할 영역은 아직도 널려있다는 게 그의 지론.
『섬유업은 하드웨어만 갖춰선 성공할 수 없습니다. 똑같은 공법을 적용해도 회사 제품마다 색상의 차이가 나타나는 건 바로 기술력의 차이를 말해줍니다』
허부사장의 자부심은 형(許正雨·허정우 사장)과 투톱체제로 경영하는 회사의 내실을 살펴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5백58억원(순익 13억원). 법인으로 전환한 93년 매출액의 2배를 가볍게 뛰어 넘었다. 직원 한명당 2억원이 넘게 벌어들여 노동생산성 만큼은 국내 내로라하는 모방업체와 맞먹는다. 왕벌의 눈부신 성장은 「다품종 생산」과 「납기단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행변화를 재빨리 파악, 주문이 몰릴 만한 제품을 미리 비축해 놓은 뒤 후염(後染)처리기술을 적용해 두세달씩 걸렸던 납기를 평균 20일로 줄였던 것. 그때 그때 변하는 해외유행은 외국 디자인전문가들을 초빙해 해결했다.
이 회사의 연구개발 예산은 중소업체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매출액의 10%선. 95년 확대 개편한 아즈텍(회사의 영문이름)연구소에는 12명의 연구원이 공정기술 및 첨단염색 기법을 개발하고 있다.
해외유학을 마치고 부친(許孝弼·허효필회장)의 가업을 이은 준(準)재벌 2세인 허부사장의 별명은 「짠돌이」. 형의 별명도 「짜장면 사장님」이다.〈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