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의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428〉

  • 동아일보

사람인지 괴물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거대한 육체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한 손은 자신의 가슴을 쥐어뜯고, 한 발은 제 몸통을 무참히 짓밟는다. 원래는 하나였을 신체는 기괴하게 뒤틀리고 분열돼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다. 잔혹한 폭력성과 대조적으로 하늘은 지독히도 푸르고, 황량한 대지 위에는 뜬금없이 삶은 콩 몇 알이 흩어져 있다.

살바도르 달리가 1936년에 그린 ‘삶은 콩이 있는 부드러운 구조물(내전의 예감·사진)’은 스페인 내전의 공포를 다룬 명작이다. 당시 스페인은 공화파와 국민파의 극심한 이념 대립으로 사회 전체가 분열돼 있었고, 결국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치달았다. 달리는 내전이 발발하기 불과 6개월 전 이 작품을 완성했으며, 훗날 조국에 닥칠 비극을 본능적으로 예감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내전은 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절친했던 시인 페데리코 로르카는 국민파에 처형됐고, 여동생 아나 마리아는 공화파 민병대에 붙잡혀 투옥과 고문을 당했다.

비극의 한복판에서 화가는 어느 한쪽 진영에 서는 대신 내전의 자해적 속성을 그림으로 폭로했다. 그림 속 괴물은 외부의 적과 싸우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손과 발로 제 살을 찢고 짓밟을 뿐이다. 내전은 외세와의 싸움이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가 스스로를 파괴하는 거대한 자해 행위다. 땅에 흩어진 삶은 콩은 전쟁의 광기 속에서도 하루의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던 인간 존재의 연약함과 우울한 현실을 상징한다.

76년 전 일어난 6·25전쟁 역시 한민족이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눈 참혹한 비극이었다. 수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고, 가족은 해체됐으며, 그 분열의 상처는 현재진행형이다. 달리는 스스로를 파괴하는 기괴한 괴물을 통해 선명하게 보여준다. 전쟁이란 적을 무너뜨리는 승리의 역사가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을 파멸시키는 행위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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