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집어삼켰던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1814년 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 영국은 빈에서 흐트러진 질서를 재건하기 위한 회담을 열었다. 하지만 이들의 공감대는 나폴레옹 몰락 하나뿐이었다. 그다음 세계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회의는 파티와 보여주기 행사로 일관했다. 이를 풍자한 말이 “회의는 춤춘다”이다.
빈 회의만 그럴까? 한 해에 몇 번씩 거창한 국제회의가 열린다. 주요 7개국(G7),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거물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덕담 수준의 선언을 하고 헤어진다. 정작 중요한 소식은 회의를 계기로 만난 정상 간 밀실 양자회담에서 나온다. 외유나 다닌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해관계가 다른 국가 간 애초에 수평적 협상은 불가능하다. 결코 좁힐 수 없는 이익들이 충돌하고, 조약을 위반해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는 경우도 많다.
미국-이란이 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 대략적인 협상 조건에 대해 모두가, 심지어 제3국도 불만을 토로한다. 미국이 이란에 당했다는 해석도 있다. 앞으로 구체적 내용을 조율한다지만, 애초에 깔끔하게 정리되기 힘든 것들이다. 결국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서로 못마땅하게 집행할 것이다. 양국은 모호한 문구를 놓고 서로 자기 국민을 향해 자의적인 해석과 선전을 할 수밖에 없다.
당분간 이란은 협상 내용을 준수하고 추진할 통일적 리더십을 가지기 힘들다. 미국은 그때마다 2차, 3차 개입을 하거나 협박할 것이고, 이란 내 세력들은 이를 또 자신들을 위해 이용하려 들 것이다. 이런 상황은 혼돈이 아니라 정상이다. 국제조약은 춤추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우리 경제와도 직결돼 있다. 우리도 누가 옳네 그르네 타령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이기적인 혼돈 속에서 우리 이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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