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의 철학[이준식의 한시 한 수]〈371〉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6월 4일 23시 03분


솥을 깨끗이 씻고, 물은 조금만 넣는다.

장작 끄트머리로 불을 덮어, 연기만 감돌 뿐 불꽃은 일어나지 않게 한다.

그것이 저절로 익기를 기다리되 재촉하지 말라. 불때가 충분해지면, 그것은 저절로 맛있어진다.

황주의 좋은 돼지고기는 값이 진흙처럼 싸다.

귀한 사람들은 먹으려 하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은 삶을 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두 그릇을 떠먹으면, 배부른 것은 나 자신이니 그대는 상관하지 말라.

(淨洗鎕, 少着水. 柴頭罨煙焰不起. 待他自熟莫催他, 火候足時他自美.

黃州好猪肉, 價賤如泥土. 貴者不肯吃, 貧者不解煮. 早晨起來打兩碗, 飽得自家君莫管.)

―‘돼지고기 예찬(저육송·猪肉颂)’ 소식(蘇軾·1037∼1101)


소동파는 유배지에서도 입맛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입맛 덕분에 유배를 견뎠는지도 모른다. 유배지 황주에는 돼지고기가 흔했다. 부자들은 천하다며 외면했고 빈자들은 삶는 법을 몰랐다. 남들이 지나친 그 틈에서 그는 한 끼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것은 훗날 ‘동파육(東坡肉)’이라는 이름으로 오늘의 식탁에도 남았다. 조리법은 단순하다. 물을 조금만 붓고 센불 대신 은근한 불로 기다린다. 요리 비결이라기보다 처세법에 가깝다. 급히 끓이면 질겨지고 서두르면 맛을 잃는다.

이 노래의 맛은 고상한 이치를 고상한 말로 포장하지 않는 데 있다. 소동파는 삶의 진리를 경전 속에서만 찾지 않았다. 값싼 것을 귀하게 만들고 평범한 것을 즐겁게 바꾸는 힘, 그것이 그의 낙천이었다. 인생이 질길 때는 불을 키우지 말 일이다. 낮은 불로 오래 익히면, 돼지고기도 삶도 뜻밖에 부드러워진다.

#돼지고기#소동파#유배지#동파육#조리법#요리 비결#처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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