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 70%도 “노조 요구 무리”… 韓에만 있는 ‘반도체 파업 리스크’

  • 동아일보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성과급 상한제 폐지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를 두고 “지금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 못 하겠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인텔과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사례를 들어 “반도체는 한번 경쟁력에서 밀리면 회복하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성과급 갈등에 대해선 “삼성전자의 이익이 과연 구성원들만의 결실로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올해 연간 영업이익의 15%, 최대 45조 원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반도체는 한 해 이익이 났다고 해서 곶감 빼먹듯 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자본을 끊임없이 재투자해야 글로벌 경쟁에서 겨우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대만 TSMC의 경우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등에 최우선적으로 재원을 편성한 뒤 남은 이익에서 보상 수준을 정한다. 김 장관도 “현 단계에서 어느 정도 이익을 누리고, 미래 세대의 몫이자 미래 경쟁력을 위해 남겨 놓을 것인지에 대한 조화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합당한 수준의 보상은 필요하겠지만, 회사의 미래를 갉아먹는 정도여선 안 될 것이다. 29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3%는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 계획에 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부를 비롯해 각계에서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 우려를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파업을 주도하는 노조 지도부의 행태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30조 원의 파업 손실을 경고하며 총파업 분위기를 띄운 삼성전자 노조위원장은 다음 달 파업을 앞두고 동남아시아로 일주일 일정의 휴가를 떠났다. 휴가 도중에 파업 불참 직원들을 향해 “끝내 사측에 선다면 동료로 보기 어렵다”고 경고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반도체 기업 어디를 봐도 성과급 갈등과 파업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곳은 한국을 제외하곤 없다. 노조의 엄포대로 파업이 현실화해 반도체 생산 라인이 멈춰 선다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무엇보다 고객사와의 약속인 공급망의 신뢰는 일단 한번 훼손되면 어떠한 비용을 치르더라도 회복할 수 없다. 국가 전략자산인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눈앞의 이익 챙기기를 멈추고 회사의 생존과 미래 세대를 위해 성숙하고 현명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노동조합#총파업#반도체#국가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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