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정보 제한’에 韓 “상응 조치”… 일 키워 누구에게 도움 되나

  • 동아일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4.20 ⓒ 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구성시 핵시설’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6.4.20 ⓒ 뉴스1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발언을 두고 미국 측이 민감정보를 유출했다며 한미 간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한 데 맞서 우리 정부가 상응하는 조치를 검토한다고 한다. 나아가 그 논란을 외부에 발설한 정부 내 출처 조사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 장관은 20일 “정보 유출로 몰고 가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이 문제를 제기한 미국 측과 정부 내 발설자, 야당의 비판을 겨냥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봐야겠다”며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정부의 대응은 ‘정보 유출은 없었다’는 자체 보안조사 결론에 따른 것이라지만 미국의 정보 제한에 대한 상응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는 식의 반발은 이해하기 힘들다. 부주의나 실수에서 비롯됐을 수 있는 사안에 대해 미국이 공유 정보를 축소한 것 역시 과잉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지만 미국이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데도 동맹 간 이해를 구하는 노력은 보이지 않고 갈등과 긴장을 키우려는 듯한 움직임은 우려스럽다.

정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북한 우라늄 농축시설 소재지로 영변과 강선 외에 ‘구성’을 언급한 데 대해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미국 연구기관 보고서나 외신 보도는 ‘원심분리기 개발시설 추정’ 등 핵시설 가능성을 거론했을 뿐 ‘우라늄 농축시설’로 콕 짚은 것이 아니었다. 한국 고위 당국자의 언급에 미국 연구기관이 다시 주목한 것도 그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후 주한 미국대사관 측의 문의가 있어 충분히 설명했다지만, 그럼에도 미국 측이 제재까지 했다면 전혀 이해를 얻지 못한 셈이다.

이번 논란이 커진 데는 정 장관에 대한 미국 측의 불신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이나 연합훈련 조정, 비무장지대(DMZ) 통제 등을 둘러싼 갈등의 중심엔 늘 정 장관이 있었다. 이번 정 장관의 대응을 봐도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더욱 키우고 있다. 오해가 있다면 이해시키고 수습하는 게 먼저인데 오히려 전방위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 문제는 정부 내 ‘동맹파-자주파’ 갈등설로, 나아가 여야 간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사고를 사건으로 만들면 이견이 충돌로, 의문이 불신으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자중해야 한다.


#정동영#통일부#북한 우라늄 농축시설#미국#정보 유출#한미 관계#동맹 갈등#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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