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재도 모른다는 ‘韓 쿠팡 책임자’ 김범석… 고객들 우롱하나

  • 동아일보

쿠팡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 사태가 알려진 지 엿새가 되도록 모회사인 쿠팡Inc. 이사회 김범석 의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는 3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 자리에 김 의장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가 참석해 “한국 사업은 내 책임”이라며 김 의장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김 의장이 지금 미국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마디로 3370만 회원들을 우롱하는 처사다.

쿠팡은 법적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쿠팡Inc.가 미국 상장사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하지만 쿠팡Inc.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 ‘쿠팡은 한국 소매시장과 기타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한다’며 ‘최고운영의사결정자는 김범석 최고경영자’라고 밝혔다. 쿠팡의 중심축이 한국 사업이며 핵심 의사결정도 김 의장을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분명히 한 것이다. 쿠팡 지분 100%를 쿠팡Inc.가 가지고 있고 쿠팡Inc. 의결권 74.3%를 김 의장이 쥐고 있다. 명목과 실질 모든 면에서 최고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책임은 월급 사장에게 전가하는 건 민망한 일 아닌가.

테크기업 쿠팡의 보안 체계가 구멍가게 수준인 점도 놀랍지만 사후 수습 과정은 더욱 실망스럽다. 쿠팡은 고객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에서 개인정보 ‘유출’ 대신 법적 책임이 덜한 ‘노출’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정부 기관으로부터 ‘유출’로 제대로 공지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쿠팡 모회사에 대한 미국 현지의 징벌적 손해배상 위험을 줄이려는 꼼수였을 것이다. 쿠팡이 정보 유출을 인지했다고 공표하기 직전 쿠팡의 주요 임원들이 수십억 원대의 주식을 판 것으로 알려진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JP모건은 “쿠팡이 독보적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여 잠재적 고객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쿠팡이 안하무인으로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떼돈 벌어가면서 사회적 책임은 나 몰라라 하는 기업을 언제까지 믿어주겠나. 김 의장은 10년 전 “고객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묻게 만드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 의장이 나서서 사과와 수습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쿠팡 믿고 살 순 없겠다’며 ‘탈팡’ 하는 소비자들만 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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