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항고 포기 특혜 논란 빚은 檢, 남 탓만 한 공수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3월 9일 23시 27분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하라는 법원의 결정에 항고할지를 놓고 대검찰청과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간에 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대검이 “일단 석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자 수사팀이 “즉시항고 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내분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윤 대통령 석방 결정까지 27시간이 넘게 걸렸다.

특수본은 8일 윤 대통령을 석방한다고 언론에 공지하면서 “법원의 잘못된 결정에 불복해 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도록 지휘한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읽힌다. 대검은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 하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과거 보석과 구속집행정지 결정 시 즉시항고 하면 석방을 보류하게 한 법 조항을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번 구속 취소 결정은 상급법원에서 다퉈 볼 만한 사안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법원은 윤 대통령 영장실질심사에 걸린 기간을 ‘시간’으로 계산해 구속기간 만료 이후 기소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는데, ‘날(日)’을 기준으로 계산해 온 법원과 검찰의 관행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항고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일종의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항고 포기를 놓고 “유감을 표명한다”며 검찰을 탓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구속 취소에 이른 과정을 보면 공수처가 무리하게 윤 대통령 사건을 가져가 수사도 제대로 못 한 채 검찰에 송부한 게 단초가 됐다. 검찰이 추가 수사를 위해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이 불허하자 급히 기소하는 과정에서 구속기간 산정에 혼선이 생긴 측면이 있다.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가리는 중차대한 재판에서 초반부터 절차적 문제로 차질이 빚어진 건 유감스러운 일이다. 고비마다 오락가락했던 검찰, 무능했던 공수처 모두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금부터 중요한 건 철저한 공소 유지로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이를 위한 검찰·공수처의 자성과 협력이 절실하다.
#항고 포기#특혜 논란#공수처#특수본#구속 취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