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국정 공백과 정국 불안정으로 한국 경제가 맞이한 새해는 짙은 안갯속에 있다. 특히 내수 경기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어둡고 긴 터널을 겨우 빠져나오는가 했더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시작된 ‘삼중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는 아직도 내수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대로 낮아지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으나, 하반기부터 환율 상승세로 수입물가가 오르며 다시 물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또한 인구구조 변화와 관련해 출생률 저하와 노년인구 증가로 소비의 동력이 빠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이미 지난해 12월에 노인이 인구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특히 민생경제의 주요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요한 것은 2021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2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6위로 높다는 사실이다.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산업구조 개편이 이뤄지면서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자가 많아지고, 이들이 자영업 창업을 하면서 자영업자 수가 많아진 탓이다. 수명이 길어지고 자녀들의 독립이 늦어지면서 기업에서 퇴직한 근로자들이 어쩔 수 없이 자영업 시장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 또한 자영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98만6000명으로,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많았다. 아직 발표되지 않은 지난해 폐업자 수는 이보다 많을 수도 있다. 자영업 폐업이 많아지면서 전체 고용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9.8%까지 떨어졌다. 경기 침체에 따른 고용 감소가 특히 자영업자와 임시·일용직에서 크게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경제가 어려워져서 자영업자들이 폐업하면 이들에게 폐업 후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자영업 비중이 낮아지는 것을 그저 반길 수 없는 이유다.
폐업했거나 폐업을 앞둔 자영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는 정책은 이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지금의 경제 상황에선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로 전환하는 게 어려울 뿐만 아니라 길어지는 경기 침체 속에서 재창업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자영업자가 폐업할 경우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겠지만, 이에 앞서 위기를 겪는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해 붕괴로 내몰리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붕괴는 도미노처럼 지역경제, 민생경제를 더 얼어붙게 하는 파장을 부른다.
이를 위해 삼중고에 의한 자영업자들의 고비용 부담 해소와 소비 활성화를 위한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프랜차이즈에서의 상생을 통해 플랫폼 입점 업체와 가맹점들의 어려움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금융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 지원과 함께 상생금융을 위한 금융기업들의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여야 정치권과 정부 모두 민생경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생경제 문제에서만큼은 머리를 맞대서 60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가 더한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실행 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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