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더 이상 대통령 기자회견 개최가 뉴스여선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30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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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5월 10일 취임 2주년을 전후로 기자회견을 할 계획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2022년 취임 100일을 맞아 회견한 뒤로 21개월 만이다. 그해 11월 도어스테핑이 중단된 이후로 윤 대통령은 신문 1곳, 방송 1곳을 골라 인터뷰와 녹화 대담을 한 것 외에는 언론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이번 회견 재개는 4·10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뒤 국민과의 소통, 언론과의 소통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이 열리면 의대 정원 확대가 부른 의료공백 장기화, 고물가 국면에서 나빠진 민생경제, 이런저런 의혹이 제기된 대통령 가족 문제,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여소야대 정국의 협치 방법, 총리 인선 방향 등에 질문이 집중될 것이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강 외교는 물론이고 김정은 체제의 강경책 선회 등 대통령의 직접 설명이 필요한 외교 안보 현안도 쌓여 있다. 과거처럼 100분 안팎의 질의응답 형식으론 차분하게 설명하기에도 벅찰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주 새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을 소개할 때 기자실을 2번 찾았고, 짧은 문답을 주고받았다. 특별한 질문이 없었음에도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국민 담화, 국무회의 모두 발언 등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일방향 소통이 전부이다시피 했던 소통 부족이 초래한 일이었다. 이제는 21개월 만에 하는 기자회견이 뉴스가 되고 있다. 앞으로는 회견 개최가 뉴스가 되어선 곤란하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의 정례화를 약속해야 한다. 정치, 안보, 경제 등 분야별로 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자신의 정책과 정치가 무엇인지 납득시키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대통령에게 곤란한 질문도 나올 것이고, 답변이 부족할 땐 추가 질문도 이어질 것이다. 대통령이 때론 즉각 대답을 내놓고, 때론 고심에 빠질 수 있다.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대통령의 생각과 국정을 더 잘 설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생중계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책무인 동시에 효과적인 국정 수단이다. 대통령이 회견장에 자주 설수록 국정은 더 깨어 있을 것이고, 공직사회도 긴장의 고삐를 더 쥐게 될 것이다.
#대통령#기자회견#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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