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체납 1억 이상 24,890명 10억 이상도 1,090명… 간 큰 세금 도둑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2일 2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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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악의 ‘세수 흉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정부 예상보다 덜 걷히는 세금은 50조∼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수십조 원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일이라도 없다면 나라 살림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면 주목받는 게 ‘체납 세수’다. 오랜 체납액은 털어내면서 작년 말까지 남아 있는 누적 세금 체납액은 102조5000억 원. 절반만 걷혀도 올해 세수 부족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규모다.

▷총액만 증가한 게 아니라 체납 규모가 큰 세금 대도(大盜)가 급증하고 있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받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10억 원 이상 체납자 수는 작년 말 1090명으로 1년 전의 740명보다 47.3% 늘었다. 1억 원 이상∼10억 원 미만도 2만3800명으로 46.9%, 5000만 원 이상∼1억 원 미만은 3만100여 명으로 31.6% 증가했다. 어쩌다 실수로 단 몇만 원 세금을 누락해도 큰일 날까 벌벌 떠는 일반 납세자에게 박탈감을 주는 간 큰 사람들이다.

▷체납세액 가운데 비중이 제일 큰 건 부가가치세다. 전체 체납액의 27%인 27조9000억 원이 부가가치세 체납액이고, 2위는 23조8500억 원인 소득세, 3위는 12조 원인 양도소득세다. 부가가치세는 음식점에서 밥값 낼 때도 10%씩 꼬박꼬박 붙는다. 사업자가 거래 상대에게 세금을 포함한 대금을 받고도 내지 않고 떼어먹은 세금이란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

▷매년 12월 공개되는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는 유명인이 포함돼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작년엔 수년 전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화려한 집과 여러 대의 슈퍼카를 ‘플렉스’했던 래퍼 도끼, 배우 장근석의 어머니인 전혜경 트리제이컴퍼니 대표 등이 포함됐다. 개인 체납자 1, 2위는 각각 1739억 원, 708억 원의 종합소득세를 체납한 ‘불법 토토’ 운영자들이었다.

▷작년에 국세청이 고소득 사업자 61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세무조사를 통해 추가 징수한 세금은 총 2329억 원이다. 2018년 4185억 원, 2019년 3807억 원, 2020년 2595억 원, 2021년 2670억 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세무조사 횟수와 강도를 낮춘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불법 체납액 환수의 고삐가 느슨해져선 곤란하다.

▷‘정직하게 세금을 내지 않는 데 대한 사회적 지탄·처벌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나’를 묻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설문에 성인 남녀 응답자의 75.5%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얌체 체납자들이 떼어먹은 세금은 고스란히 성실한 납세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세금 도둑에 대한 사회적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세금 도둑들#세수 흉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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