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박형준]벤고시닷컴 vs 로톡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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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정보 얻고 변호사 고를 수 있는 플랫폼
日서 갈수록 활성화, 韓선 변호사단체에 막혀

박형준 경제부장
박형준 경제부장
일본인 모토에 다이치로(元榮太一郎·48) 씨는 학창 시절 교통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다. 태어나 처음 변호사와 상담을 했고, 상담 내내 고액의 이용료가 걱정됐다. 그는 게이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1년 변호사가 됐다. 그리고 2005년 법률 포털사이트 ‘벤고시(弁護士)닷컴’을 만들었다.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학창 시절 경험을 떠올려 모든 사람이 법률을 좀 더 쉽게 이용하게끔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은 벤고시닷컴의 법률 Q&A 코너를 즐겨 이용했다. 질문을 남기면 변호사가 무료로 답을 해준다. 월 330엔(약 3200원)을 내고 프리미엄 회원이 되면 다른 사람의 사례 203만 건까지 모두 볼 수 있다. 실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단계에선 가장 성실하게 답을 내놓은 변호사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들에게 벤고시닷컴은 일종의 구세주와 같다. 일본 변호사 업계는 극심한 ‘레드오션’이다. 변호사 수는 2000년 1만7126명, 2010년 2만8789명, 지난해 4만3960명으로 매년 늘었다. 수임을 못 해 연봉이 300만 엔에 그치는 변호사도 적지 않다. 온라인 광고를 하려 해도 ‘○○ 분야 전문가’, ‘가장’, ‘완벽’, ‘불패’ 등 표현은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벤고시닷컴은 고객 유치의 중요한 통로가 됐다. 월 2만 엔 회비를 내면 검색 때 상위에 표시되고 자신의 해결 사례까지 내보일 수 있다. 벤고시닷컴에 가입한 변호사는 현재 2만1031명이다. 일본 전체 변호사의 절반에 육박한다. 대형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와 기업에 고용된 변호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벤고시닷컴은 초창기 적자를 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설립 9년째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2012년부터 뉴스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4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2021년엔 매출액 53억1800만 엔, 영업이익 1억7200만 엔 실적을 올렸다. 종업원은 320명이다.

한국에서도 2014년 벤고시닷컴과 유사한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가시밭길이었다.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변호사 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변호사 단체는 “저가 수임 경쟁을 부추겨 법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변호사들이 플랫폼과 자본에 종속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톡은 세 차례 고발을 당했지만 모두 ‘혐의 없음’으로 끝났다. 하지만 장기간 변호사 단체와 갈등을 겪다보니 경영 상황이 나빠졌다. 최근 직원 90여 명 중 절반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벤고시닷컴은 일본 변호사 단체와 갈등이 없었을까. 일본 최대 변호사 단체 ‘일본변호사연합회(일변련)’의 부회장을 지냈던 지인에게 물어봤다. “(일변련 부회장을 지낸 변호사인) 나도 벤고시닷컴 회원이다. 지금까지 특별한 문제 없었고, 일변련에서 변호사 가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없었다. 사건 소개하고 소개료 받는 것은 위법인데 (벤고시닷컴은) 그런 활동이 없다.” 그는 벤고시닷컴이 보낸 최신 뉴스레터를 전송해주며 “변호사에게 중요한 판례 등 정보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일본 변호사는 “법 위반 사항이 없는데 왜 로톡이 고발당하느냐. 뭔가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겠느냐”고 되물었다. 한국 이익단체의 기득권 지키기를 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박형준 경제부장 lovesong@donga.com
#벤고시닷컴#로톡#기득권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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